존재에 대한 사유 ‘인간은 누구인가’
2023년 06월 28일(수) 19:00
오명규 시인, ‘인생 12진법’ 펴내…시 134편 수록
“카시어페이와 북두칠성/ 그 중간 쯤에 고리 하나 걸어놓고/ 우주를 울리는 종은 없는가/ 기나긴 인고의 밤 넘어/ 긴 잠에서 눈 비비며 다가오는 새날/ 오색빛 하늘을 열고/ 영혼들이 하늘을 열고/ 영혼들이 눈을 뜨는/ 세상을 울리는 종은 없는가…”(‘종소리’ 중에서)

광주문인협회장과 ‘문학과 비평’, ‘시학과 시’ 주간을 역임했던 오명규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인생 12진법’(한림)을 펴냈다.

시인은 그동안 존재에 대한 사유와 사물에 대한 자기성찰을 노래해왔다. 인간은 누구이며 존재란 무엇인지와 같은 무거운 주제가 화두였다. 그의 작품에 감성보다는 사색과 사유, 관찰보다는 탐색과 탐구와 같은 심오한 여정이 드리워진 이유다.

이번 작품집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시들을 담고 있다. 134편으로 엮인 연대시는 이전 작품과 다음 작품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특징이 있다.

작품집은 제목 ‘인생 12진법’이 말해주듯 모두 12개라는 소주제에 따라 구성돼 있다. ‘너와 나’를 비롯해 ‘사랑’, ‘죽음’, ‘고독’, ‘선과 악’, ‘역사’, ‘교육’, ‘말’, ‘아름다움’, ‘마음’, ‘신뢰’, ‘후회’ 등이 각각의 소주제다.

“구름 타고 흘러왔나/ 바람 밟고 달려왔나/ 김노인 집 앞 마당에 뒹구는/ 이파리 하나 둘 눈을 뜬다/ 어디서 본 낯익은 얼굴인데/ 묵묵부답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비울 것 다 비우면 만나는/ 우리들의 민낯인가…”

위 시 ‘낙엽에 관하여’에서는 삶을 관조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화자는 ‘낙엽’을 “버릴 것 다 버리고 비울 것 다 비우는 우리들의 민낯”으로 상정한다. 화려했던 시절이 가고 나면 결국 버리고 비울 수밖에 없는 삶의 종착지에 다다른다는 의미다. 삶의 유한성, 그러하기에 겸허해야 한다는 무언의 가르침이 배면에 깔려 있다.

한편 오명규 시인은 지금까지 ‘꽃잎에 이르는 말씀’, ‘지구가 흔들리고 있다’, ‘빛을 타고 오르는 소리’, ‘너를 바람이라 불러도 좋으랴’ 등을 펴냈으며 광주시 시민대상(예술분야), 박용철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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