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에 펜 하나 들고 길을 떠난다
2023년 06월 27일(화) 18:40
박병성 시인 ‘사라져간 붉은 꽃잎들’ 펴내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들은 힘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식적이지 않고 진솔하기 때문이다.

박병성 시인이 첫 시집 ‘사라져간 붉은 꽃잎들’(시와 문화)를 펴냈다.

작품집에는 ‘겨울비’, ‘숟가락’, ‘바보’, ‘아물지 못한 상처’, ‘팽나무에 기대어’, ‘나 홀로 산행’, ‘상처’ 등 모두 60여 편의 시들이 수록돼 있다.

시인은 “아무렇지 않게 다 던지고 떠나기엔 너무 쓸쓸해 시를 쓴다. 새벽 4시쯤 소리 없이 떠나기 좋은 시간에 펜 하나 들고 미명을 걷으며 길을 떠난다”며 시에 대한 지향을 말한다.

나종영 시인은 “그의 시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인 동시에 광주의 5월과 세월호와 통일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가닿아 있는 세상에 대한 사랑의 기도”라고 평한다.

“아무리 덜된 청춘이라고/ 아랫목 질항아리 속에서 우려지는/ 땡감이고 싶지는 않다// 비바람도 맞아가며/ 한여름 땡볕에 태양처럼 붉게 익어가고 싶다/ 아들의 입시 전날/ 감나무 아래/ 정화수 곱게 놓고/ 백팔배도 더 하신 어머니// 사랑은 붉게 물들어/ 아가의 묽은 똥물처럼 짓물러 흐를 때까지/ 가지 끝에서 까치밥 하나로 남고 싶다”

위 시 ‘홍시’는 화자가 상정하는 시의 세계,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편리와 문명, 이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오롯이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이의 진득함이 묻어난다. 항아리 속에서의 숙성이 아닌 비바람과 땡볕을 견뎌 홍시로 변하는 깊이와 향기를 발하고 싶은 것이다.

신인인 박몽구 평론가는 “서정과 명징한 이미지, 그리고 깊은 주제를 함축하는 그의 시법은 그런 점에서 우리 시에 한 새로움을 보탤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박병성 시인은 농민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와문화’ 작가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