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그리고 우리는- 강구섭 전남대 윤리교육과 교수
2023년 06월 26일(월) 18:40 가가
“과거는 현재에 대한 최고의 안내자다.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이 방법뿐이다” 정치철학자 볼의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독일 통일은 통일의 선행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러 차이에도 불구, 수십 년에 걸쳐 이질적으로 발전한 두 체제의 통합을 위한 과제와 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에 대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의 시간이 경과한 독일 통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광범위한 통합 정책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동서독 주민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한 세대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독일의 현 상황은 남북한 주민의 평화적 공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숙고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통일 초기, 서독은 동독이 서독과 유사한 생활 수준에 도달하면 동서독 주민의 심리 사회적 통합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동독 주민이 서독 주민 수준의 풍요를 누리게 하는 것이 통일의 핵심 과제로 인식되었다.
지난 30년간의 통합 추진을 통해 동서독 경제적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고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2019년 기준으로 동독 지역의 생산 수준은 서독의 80% 수준에 근접했고 실업율도 6.4%(같은 시기 서독은 4.6%)로 나타나 20%에 근접했던 2000년대 중반 시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소득 현황도 서독의 85% 수준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동독 지역 및 주민의 생활 여건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초기부터 동독 주민이 인식했던, 새로운 상황에서의 차별 인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고, 2020년 동독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독 주민의 59%가 자신을 독일의 2등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독 주민이 느끼는 이러한 차별 인식은 서독 주도의 통일 과정에서 ‘체제 경쟁의 패배자’로 치부되면서 이전 삶이 평가절하되었던 동독 주민의 경험에 기인한다.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동독 주민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결여된 채, 새로운 체제 적응의 고단함에서 느끼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부적응의 산물’로 간주되었다. 통일 이후의 통합 과제가 동독 주민의 문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뀐 사회에서 ‘무능력자’로 전락한 동독 주민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과정에서 ‘동독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서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성 정치가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동독 주민의 판단은 그들 사이에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통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변함없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사회의 변화 상황과 맞물려 계속 독일 사회의 통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통일 사례는 물적 조건의 완성이 성공적 통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동서독 주민의 심리 사회적 통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공동의 노력이 선행될 때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부담의 증가 우려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동서독보다 훨씬 갈등의 골이 깊은 남북이 물리적 통합을 넘어 심리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적 측면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민하고 지금부터 노력해야 할 과제가 있다. 남북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경험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초기부터 동독 주민이 인식했던, 새로운 상황에서의 차별 인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고, 2020년 동독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독 주민의 59%가 자신을 독일의 2등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독 주민이 느끼는 이러한 차별 인식은 서독 주도의 통일 과정에서 ‘체제 경쟁의 패배자’로 치부되면서 이전 삶이 평가절하되었던 동독 주민의 경험에 기인한다.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동독 주민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결여된 채, 새로운 체제 적응의 고단함에서 느끼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부적응의 산물’로 간주되었다. 통일 이후의 통합 과제가 동독 주민의 문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뀐 사회에서 ‘무능력자’로 전락한 동독 주민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과정에서 ‘동독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서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성 정치가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동독 주민의 판단은 그들 사이에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통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변함없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사회의 변화 상황과 맞물려 계속 독일 사회의 통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통일 사례는 물적 조건의 완성이 성공적 통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동서독 주민의 심리 사회적 통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공동의 노력이 선행될 때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부담의 증가 우려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동서독보다 훨씬 갈등의 골이 깊은 남북이 물리적 통합을 넘어 심리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적 측면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민하고 지금부터 노력해야 할 과제가 있다. 남북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경험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