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빛고을 위한 살림 한마당 - 정경미 참배움터 대표
2023년 06월 23일(금) 22:00
코로나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3년의 시간. 세상은 양극단으로, 경쟁으로 더욱 치닫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팍팍하고 피로도가 높은 사회가 됐다. 입시 위주 교육에 밀려 전인적인 교육은 사라지고 돈과 물질을 우선한 사회의 여러 가지 웃픈 모습에 씁쓸함이 밀려오는 2023년이다.

지난 2018년 6월 누가 뭐래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묻고 다시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즐겁게 나누는 시민 인문학 강좌가 비움박물관에서 열렸다. ‘참된 자아 참된 세상 참배움터’(이하 참배움터)가 여러 사람들과 십시일반 준비한 강좌다. 울림이 있는 짧은 공연과 강연, 다양한 이야기 마당이 어우러진 행사는 무등의 너른 품을 닮은 남녀노소가 진심을 담아 자신의 삶과 살맛 나는 세상을 함께 고민해 본 자리였다.

참배움터는 암담하고 답답한 2023년,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삶을 용감하게 살고 있는 어른들을 만나 샘물 같은 희망을 공유하기 위해 삶의 무늬를 담은 나이테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 강연은 동학의 역사를 다시 새겨 보며 시천주(侍天主) 정신으로 오늘날 사회 모순의 본질을 꿰뚫은 깊은 통찰의 시간이었다. 40여 년간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며 고찰하고, 연구하고, 발굴한 노교수의 열정과 뚝심의 나이테 결이 충분히 전달되었다. 박사 논문을 쓴 해월 최시형 선생부터 동학의 영향을 받아 한 살림을 일구고 사회 곳곳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제자들을 길러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박맹수 총장 삶에 큰 힘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5월 14일에는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울지마 톤즈’ ‘부활’ 영화로 만들어 선한 양향력을 전파하는 구수환 PD를 만났다. 팔순에 가까운 훌륭한 의사 할아버지는 이태석 의사가 아프리카에서 봉사와 인술을 펼친 생생한 이야기를 보고 듣게 하려고 손녀딸들을 데리고 맨 앞에 앉아 강연에 집중하기도 했다. 또 이태석 신부님의 큰 사랑을 아이들 교육 현장에 연결하기 위해 온 교장 교감 선생님, 일선 학교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6·10 항쟁 36주년의 의미를 새긴 다음날 광주의 아버지 오방 최흥종 목사의 마지막 3년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10대 후반을 보낸 임락경 목사를 만났다. 그는 항상 낮은 자세로 누구와도 격의 없이 겸손하고 공적인 삶을 산 오방 선생의 삶이 79세까지 살아온 자신의 나이테에 큰 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친자연·친환경 건강한 먹거리와 생활의 지혜를 담아 매월 진행하는 건강 교실의 핵심을 특유의 입담으로 전달해 강연장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평생 아프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맨발로 달려가는 삶을 살아온 임 선생의 삶에 감사를 표현하려고 멀리 창녕 우포늪에서 온 우창수·김은희와 개똥이 예술단의 감동 공연은 강연에 참여한 어른들을 안아 주는 노래에 이르러 절정을 이뤘다.

2023 참배움터 희망찾기 강연은 뜻 있는 분들의 십시일반 정성과 노고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기꺼이 장소를 허락한 비움박물관장의 배려로 각각 강연의 스토리가 생기고, 시절 인연이 엮어지고, 감동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졌다. 뜻 있는 시민들이 더 성숙한 자신을 위하고 살맛 나는 빛고을 광주를 만들기 위해 진심과 정성을 다한 모심과 살림의 한마당이었다.

9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참배움터 인문학 강연은 광주·전남 출신으로 각 분야에서 세상을 위해 의미 있는 씨앗을 뿌리는 젊은 분들을 모실 계획이다. 대한민국 독립운동 핵심 인물과 현장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김태빈 서울 한성여고 교사, 원광대 마음연구소 소장 장진영 교수,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글과 강연 실천을 하는 고병권 철학자, 한국 사상사의 흐름을 연구하는 조성환 교수 등이다.

비움박물관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어지는 강연이 100회를 잇는 참배움 마라톤처럼 열리길 희망한다. 한 아이라도 살릴 수 있는, 힘겨운 한 사람에게 희망의 빛이 되는, 보이지 않는 선한 영향력의 울림과 감동의 씨앗이 바람을 만나듯 퍼지길 소원한다. 세상의 진일보를 위한 서로의 공감과 소통이 큰 원이 되어 메아리칠 때 언젠가는 대동 세상 해방구 광주를 다시 열지 않을까 돌탑 차곡차곡 쌓는 간절함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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