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공항 이전, 100년을 바라보자- 유호규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2023년 05월 15일(월) 22:00
최근 ‘광주 군 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한 각종 논의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어느 쪽은 기대감으로, 어느 한쪽은 소음피해로 주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군 공항에 대해 전남도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군 공항 이전 문제는 과거 상생의 희망보다는 갈등의 불씨가 돼 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무조건 반대보다는 실리적인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에 갇혀 광주시의 재정 여력만으로는 이전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었지만, ‘광주 군 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정부가 부족분을 지원해 줄 수 있고, 이전 지역 개발에 필요한 지원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남도민들이 반대하는 압도적인 이유는 물론 소음이다. 소음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와 광주시는 기존 군 공항(8.2㎢)보다 약 두 배 넓게(15.3㎢) 건설하고, 기존 군 공항에는 없었던 축구장 500개 규모의 완충 지역(110만 평) 확보로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군 공항 예정지는 주변에 취락지가 없거나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을 우선 고려하고 비행 경로, 활주로 방향, 주변 지형 지물, 훈련 횟수, 시간대 등 여러 세부 요소를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건설 후에도 주민 협의를 통해 비행 제한 시간(커퓨 타임)을 설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소음 관리를 할 예정이다.

이미 국방부에서는 ‘군용 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음 대책 지역을 지정하고 소음 저감 계획 수립, 야간 비행 제한, 보상금 지급 등으로 소음 관리를 하고 있다. 일부 단체에서 걱정하는 무안국제공항과 군 공항이 통합되면 군의 통제를 받아 24시간 민항기 이착륙이 불가능하고 무안국제공항이 위축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왜곡된 정보이며 사실과 다르다. 통합하더라도 민항기는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하다. 항공 통합 관제는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간 협의로 결정해 운영하기 때문으로, 실제 청주국제공항도 민·군 통합공항이지만 24시간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설명하는 이유는 왜곡된 정보로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위함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일방적으로 왜곡된 정보만 제공하고 일부 단체를 후원하여 반대만 외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정확히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광주·전남 상생과 지역 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혐오 시설이라며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공항이라는 지역 기반 시설의 자리매김과 그로 인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논의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광주시와 국방부가 아직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앞으로 시행령에 이를 반영하고 광주와의 협의를 통해 이전 지역 주민들의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에 공항 슬롯 건의, 활주로 확장, 신규 노선 유치, 항공사 재정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수 여행객은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다양한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 노선의 유치에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항공기 정비창과 연계 노선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무안에 도착한 항공기는 승객이 하차하고 텅 빈 채 정비창으로 가고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항공사의 재정 손실, 이용자의 항공료 상승과 직결돼 공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 군 공항 이전 통합이 이와 무슨 관계가 있느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민·군 공항이 함께 존재한다면 분산된 국내·국제선 통합과 항공 수요의 뒷받침으로 항공 정비(MRO), 항공 물류, 마이스(MICE) 등 다양한 연계 시설 확충과 중·장거리 노선 확보가 용이해져 전 세계로 취항하는 서남권 대표 국제공항이 될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고속철도역이 있는 전국 유일무이한 국제공항이다. 이미 집중 투자된 시설 인프라, 지리적 효율성, 주변 SOC가 잘 갖추어져 있어 군 공항과 통합 이전 적격지이다. 우리가 100년을 살 수 없지만 100년 후에도 지속될 무엇인가는 창조할 수 있다. 미래는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가 그것을 상상하고 계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제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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