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래의 노인을 돌보게 될까-김숙정 광주광역시간호사회 회장
2023년 05월 08일(월) 00:00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될 걸 두고 의사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보건의료 단체가 함께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간호법이 생기면 모든 보건의료 직종마다 각각 독자 법을 요구해 업무 다툼이 커질 것이라고 이들 단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세계 각국이 보건의료인 간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간호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처사다. 우리 주변 국가인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90여 개국 이상의 나라들이 간호법을 의사법, 치과의사법 등과 함께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각종 의료기사들은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 약사와 한약사는 ‘약사법’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다.

현행 의료법의 전신인 국민의료법을 제정할 1951년만 해도 의사(5082명)가 전체 의료인의 절반에 육박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간호사 50만 명, 의사 14만 명으로 전체 의료인 가운데 간호사가 훨씬 많다. 그만큼 간호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의사와 의료기관 중심의 현행 의료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간호사들이 의료기관만 아니라 학교, 요양시설, 어린이집, 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교정기관 등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간호사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으로는 이처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간호사의 역할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간호 현장은 답답하다. 병원에 가면 “입사한 지 얼마 안된 간호사들만 왜 이리 많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밤샘 근무라는 고된 업무와 열악한 처우로 입사 7년만인 서른 살 전후로 퇴직하는 탓이다. 3교대 밤샘 근무에 지쳐 임금이 적더라도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기 일쑤다. 병원에 숙련된 간호사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안전과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선진국들이 간호사 확보를 위한 법령을 만들고, 환자 안전을 위해 간호사가 돌볼 환자 비율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는 안정적 간호사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노인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앞으로 2년 뒤면 1000만 명을 돌파한다. 치매 환자도 100만 명을 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보건의료 체계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질병 치료보다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고, 병원 퇴원 뒤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 건강 관리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라 생각한다.

초고령 사회 문턱에서 “누가 미래의 노인을 돌보지?”라는 의문에 대답하려면 지금 당장 간호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간호법은 우수 간호 인력을 양성하여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 적정하게 배치하고 처우 개선을 통해 장기 근속을 유도함으로써 보건 의료와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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