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출신 김윤아 시인, 첫 시집 펴내
2023년 05월 06일(토) 11:43
지니야, 사랑도 네가 해줄래
“벗어 놓은 그림자가 고이는 곳에서 가끔 힘주어 울었다. 흔들리는 달빛을 따라왔을 뿐인데 한 권의 집 속이었다.”

‘시인의 말’을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리고 예민한 존재는 비단 특정한 시인마을 가리키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시대 시를 쓰고 산다는 것은 수다한 상처를 묵묵히 감내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꽃 피우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강진 출신 김윤아 시인이 첫 시집 ‘지니야, 사랑도 네가 해줄래’(상상인)를 펴냈다.

모두 50여 편의 시들은 감성적 언어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성혁 시인이 평한대로 ‘외줄타기’가 아닐까. “시인’이란 저 외줄 타는 사람과 같은 이 아닐까?”라는 표현은 결코 세상과 한 무리로 동일화될 수 없는, 자신의 견고한 세계를 지향하는 존재들을 규정하는 말일 것이다.

“가끔은 감정을 따로 보관할 서랍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노란 수선화가 앙증맞도록/ 예쁘지만 사랑이 자기만의 사랑이 되면// 그건 누군가에겐 불행//(중략)//바라봄이 지나치지 않게/ 네 앞에서 서성거리는 감정을 서랍에 넣고 싶다”

위 시 ‘감정서랍’을 보면 감정을 대하는 화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서성거리는 감정’을 서랍에 넣고 싶은 것은 혹여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내면의 그림자일 것이다. 들킬 수도 또는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는 화자가 버티고 선 균형점일 수도 있다. 새록 피어나는 많은 감정의 편린을 서랍에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오는 것 같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시인’이란 저 외줄 타는 사람과 같은 이 아닐까? 김윤아 시인은 그렇게 생각했을 테다”며 “언제나 날고 있어야 하는 운명을 살아야 하는 존재자가 시인이다”라고 평한다.

한편 순천대 책임취업지원관인 김윤아 시인은 순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 순천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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