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은 왜 실패했는가- 문승태 순천대 사범대학 농업교육과 교수
2023년 05월 02일(화) 22:00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쳤다. 신정부는 혁신이나 혁명이라는 단어로 교육 정책을 포장했다.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을 국정 과제에 담는 것도 표심 잡기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 정책은 대부분 대통령 임기 기간 중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현장 검증 부족과 실행력 없이 조급하게 설계된 정책은 대부분 시범 사업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자취를 감춘다.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 몫으로 돌아간다. 이런 결과, 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교원들의 불안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 개혁(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행력’이다. 정책 분석과 비판 대상은 교원이 아니라 정책 내용과 도입 방식에 있다. 충분한 소통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는 정책 도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어떤 혁신도 의미가 공유되지 않으면 공감과 신뢰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나 국제 전문 기관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관련 지표가 갈수록 추락하는 추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조사한 교육 지표 중 한국은 63개국 중에서 27위를 차지했다.

한국 공무원들은 정책 실패 원인 분석에 인색하다.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관례도 한몫한다. 다음으로 교육 전문성 부족이다. 이는 시대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 본질 요소에 대한 고찰 부족, 정책 기획자의 성급하고 현장 감각 부실, 충분한 소통과 합리적 대안 부재, 핵심 요소인 실행력 부족 등이 꼽힌다.

우선,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한 교육 정책은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국에서 초등학교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120개교나 된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입학생이 없어 폐교가 나왔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26개 지자체 중에서 136개(60.2%)가 출생아 수가 1000명 미만이다. 최근 어린이집 폐교나 소아과·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교육 현장도 시끌벅적하다. 로봇·인공지능(AI)·드론 등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메타버스에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지구촌의 변화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개 수업인 무크(MOOC)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평생 교육 시대 진로와 직업, AI 교육에 대학도 지자체와 손잡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학들도 반도체·인공지능·디지털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학과 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블랙홀을 막을 방안은 충분하지 않다. 이는 지방 소멸과도 직결된다.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의 양극화를 메타버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동안 대학 지원 방안 중 ‘특수 목적 재정 지원 사업’이 대학의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특성에 맞게 대학 생태계를 바꿔낼 수 있도록 관련 규제와 제도 정비를 도와주면 어떨까. 최근 한 지방 사립대학이 ‘농생명 연구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맞는 반려동물 종합병원이나, 바이러스로 살(殺)처분 당하는 가축을 위한 연구 사업 설계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농생명에 인공지능과 로봇, 반도체 디지털을 접목하고, 매타버스로 무장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한국 사회의 학벌 구조와 임금 구조 양극화를 줄이는 등 사회적 문제도 시급하게 풀어내야 한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 등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핵심 과제로 설정할 과제다. 이제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정책을 넘어, 미래를 창조하는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와 교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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