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어업의 미래, 친환경 어선이 이끈다- 오익현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2023년 04월 23일(일) 22:00
전남의 영암·목포·여수 등이 최근 정부로부터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소재 소형 어선 개발·실증을 위한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됐다. 지난 2019년 e-모빌리티 규제 자유 특구(목포, 신안 압해대교, 영광군 대마전기차산업단지, 영광읍 일원)과 에너지 신산업 규제 자유 특구(나주시 일원), 2021년 개조 전기차 규제 자유 특구(영암·목포·해남 일원)에 이어 전남에서는 네 번째 규제 자유 특구다.

이 사업에는 전남도와 전남테크노파크,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14개의 전문 기관 및 관련 기업이 함께하게 된다. 전체 소형 어선 중 96%를 차지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어선을 대체하는 친환경 어선의 모델을 실증하고 개발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HDPE 소재는 유해 물질 발생이 없고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FRP 어선보다 가벼워 연료 사용량 감소, 수확물 적재량 증가의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연근해어업 진흥 5개년 계획’(1977)에 따라 어선 및 어선 설비 확충 지원 정책을 통해 나무나 철로 제작한 노후 어선의 건조 지원을 중단하고 FRP 어선 건조 장려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로 인해 FRP 어선은 현재 전체의 96%를 차지하게 됐으나 화재 시 유독 가스 배출, 건조 및 파손에 의한 분진 발생, 재활용 불가능, 무단 폐기 등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친환경 어선 개발 및 보급 정책으로 알루미늄 어선으로 지원 대상을 변경했다. 알루미늄 어선은 속도가 빠르고, 외부 충격 및 화재에 강하며 폐선 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건조 비용과 수리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으로 어민들이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어선에 알맞은 친환경 신소재와 선형 개발, 친환경 선박 개발·보급 등 경제성·안전성·친환경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선의 개발과 실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대로 HDPE는 기존 FRP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행법상 건조 및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전남은 전국 10t 미만 등록 어선 6만 1654척 중 2만 6000여척(43.1%)으로 가장 큰 잠재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국 소형 어선 조선소 207개소 중 114개소(55%)가 밀집돼 있다. FRP 조선소는 전국 135개 중 81개소(60%)가 운영되고 있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소형 선박 및 기자재업체가 밀집된 대불국가산단 등이 있어 선박 및 기자재 관련 설계 및 기술 개발, 사업화가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 같은 어선 제조 여건과 함께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에서 HDPE 소재를 국내 생산량의 61%를 생산하고 있고 HDPE 소재 물성 연구개발이 가능한 전남테크노파크, 화학연구원,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다양한 관련 기관이 자리해 소재 고도화-설계 건조-사업화 연계 등으로 이어지는 실증 사업에 최적지다.

앞으로 전남도는 관련 기관과 함께 규제 특례 적용을 통해 어선용 HDPE 소재 및 판재를 개발해 4.99t, 7.93t, 9.77t 3종(각 2척)에 대해 각각 선내기, 선외기를 적용한 선형·설계·건조 및 구조 안전성 검사를 통하여 HDPE 어선 기준안을 마련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실증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안전성을 확보한 뒤 HDPE 소재 구조 기준을 마련함으로서 노후 FRP 어선을 대체하고 HDPE 적용 어선 및 선박의 다양화를 통해 사업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 종료 후 현재 FRP 어선의 30% 정도를 대체하면서 2025년부터 단계별 추정 시 향후 10년간 884억 원의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지역에서는 HDPE 어선 전체 시장 규모인 약 2075억 원 중 약 386억 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해 신규 고용을 통한 지역 경제 이바지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HDPE소재 소형 어선 개발·실증 사업만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연관된 친환경·신산업 분야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규제 개혁과 추가 특구 지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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