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배고픈’ 시절의 4월- 서금석 문학박사·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2023년 04월 19일(수) 03:00 가가
대학에 들어갔더니, 교정은 온통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이 1922년에 길고 긴 시 ‘황무지’에서 그렇게 썼다. 1차 세계대전에서 그가 사랑했던 친구의 죽음을 두고 썼다는 얘기도 있지만, 시의 글귀처럼 그에게 4월이 가장 잔인했던 이유는 엘리엇만 안다.
시대의 아픔이 어디 4월뿐이랴. 4월의 기억이 20세기 초 엘리엇과 지금의 우리가 같을 수 없지만, 4월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도 이상하리만치 겹쳐 있다. 제주도 4·3이 슬펐고, 4·19 시작이 아팠다. 최근 4·16 세월호 참사와도 오버랩된다.
삶에서 아픔과 잔인함은 기억으로 남는다. 배고픔만큼 잔인함이 또 있을까? ‘굶어 죽었다’는 상상은 사실 어느 땐가는 현실이었다. 신석기 혁명은 다름 아닌 농경 문화의 정착을 두고 한 말이다. 굶주림을 해결한 농경은 생산력과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이모작은 더욱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한반도에서의 이모작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와 다르다. 보리와 벼농사의 우리네 이모작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6세기 임진왜란 이후에야 보편화되었다. 문제는 가을 벼농사 수확으로 먹고사는 삶이 이듬해 5월 보리 수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가마솥에 무도 썰어 넣고, 온갖 나물과 야채를 섞어 밥을 부풀려서 지어 먹었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으면 다행이었다. 그리 머지않은 시절, 기억의 파편들이다.
조선에서 편찬된 각종 세시기 책자는 4월과 5월의 힘든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아낙들의 화전놀이는 즐거웠고, 청명과 한식 제례 음식은 넉넉했다. 농가에서는 밭갈이가 시작되어 활기찼다. 녹두묵을 만들고, 황조개와 조기로 국을 끓여 먹었다. 복사꽃이 떨어지기 전에 복어에 미나리·기름·간장을 넣어 만든 복어국은 맛있었다. 도미 역시 시절 생선으로 으뜸이었다. 술집에서는 과하주(過夏酒)를 빚어 팔았다. 떡집에서는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방울 모양의 희고 작은 떡 조각을 만들었다. 소나무 껍질과 쑥을 섞어 둥근 떡을 만들기도 했고, 찹쌀에 씨를 뺀 대추를 섞어 찐 것을 시루떡(甑餠)이라고 했다. 이상의 음식은 모두 봄철 시절 음식이다.
배고픔과 고단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현실과 달리 풍요로운 시절로 비친다. 시대의 실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두 이리저리 뒤집어 봐야 한다. 음식 소개가 풍족을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희망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점에서 시절 음식은 힘든 시절에 보릿고개를 넘겼던 옛사람들 삶과 맛이 그렇게 그렇게 섞어져 녹아 있다. 삼짇날과 청명, 한식이 지나면 뒤이어 곡우(穀雨)가 찾아온다.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려 4월을 장식한다. 4월 곡우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이들에게는 단비였다. 마디마디에 자리를 잡은 시절은 배고프고 잔인했던 때를 이겨내는 희망이다. 옛사람들이 만들어 낸 시간이 그랬다.
삶에서 아픔과 잔인함은 기억으로 남는다. 배고픔만큼 잔인함이 또 있을까? ‘굶어 죽었다’는 상상은 사실 어느 땐가는 현실이었다. 신석기 혁명은 다름 아닌 농경 문화의 정착을 두고 한 말이다. 굶주림을 해결한 농경은 생산력과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이모작은 더욱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배고픔과 고단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현실과 달리 풍요로운 시절로 비친다. 시대의 실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두 이리저리 뒤집어 봐야 한다. 음식 소개가 풍족을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희망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점에서 시절 음식은 힘든 시절에 보릿고개를 넘겼던 옛사람들 삶과 맛이 그렇게 그렇게 섞어져 녹아 있다. 삼짇날과 청명, 한식이 지나면 뒤이어 곡우(穀雨)가 찾아온다.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려 4월을 장식한다. 4월 곡우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이들에게는 단비였다. 마디마디에 자리를 잡은 시절은 배고프고 잔인했던 때를 이겨내는 희망이다. 옛사람들이 만들어 낸 시간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