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세 부리는 말의 가벼움-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2023년 04월 17일(월) 22:00 가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반말은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은 말’이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존중을 기대하고 있을 때 반말을 쓰면 ‘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말’로 들리게 된다. 그래서 ‘너 왜 반말이야?’라는 반발이 일기 쉽다.
반말은 수평적인 관계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인데,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피해야 한다. 나이든 사람이라고 젊은이에게 슬슬 말끝을 흐리다가 반말을 하면 듣는 이는 부아가 치민다. 곧 토라져 ‘왜 자꾸 반말하세요?’라고 따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 살며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외국인에게 함부로 반말하는 한국인을 외국인들은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이처럼 반말이 불쾌한 이유는 하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다. 존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사람에겐 자아 존중감이 있다. 그것을 손상당하면 몸에 상처를 입은 것과 똑같이 고통을 겪는다. 아니 많은 경우, 더 심한 고통을 겪고, 후유증도 오래간다. 무시와 모멸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들도 여전하다.
2014년 7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지에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한 입주민이 반복적으로 모욕감을 준 것이었다. 동료 경비원들은 “평소 사모님이 폭언을 하고, 하인 다루듯이 했어요. 5층에서 떡을 던지며 먹으라고 하는 등 경비원들에게 모멸감을 줬다”고 말했다.
우리는 말로 상황을 지배하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상대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원한을 쌓는 일이 된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는 ‘갑질’이고, 만약 제3자가 그걸 봤다면 사회적 평판이 떨어질 것이다.
2011년 12월 19일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병문안을 위해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길에 119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자 김 지사는 “나, 도지사 김문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실은 “예예”라고 대답하고, “김문수 도지사”라고 거듭 말해도 “예 소방섭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사무적으로 응대했다. 김 지사는 곧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구십니까”라고 물었고, “누구냐고?”라고 반말로 나왔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하자 “내가 도지사라는데 그게 안 들려요”라고 힐난했다. 상황실은 ‘긴급 전화’를 걸었으니 그에 맞게 응대한 것인데, 김 지사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를 내는 모양새였다. 이 통화 내용이 그대로 공개됐을 때 누가 타격을 입었을까? 모두 알다시피 김 지사가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인의 말은 생중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촬영하거나 녹음하고 있어서 다 공개될 것처럼 신중해야 한다. 3월 22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현안 질의를 하던 중,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자리를 뜨자 “제가 국회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석하는 피감 기관장은 처음 본다. 사무총장 뭐하는 사람이냐. 국회를 뭐로 보는 거냐”라고 책상을 치며 호통쳤다. 박찬진 사무총장은 “무슨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이석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메모를 준 사람이 누구냐”고 추궁했고, 메모를 줬다는 선관위 과장이 해명에 나서자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 “들어!” “어디서 배워 먹은 거야”라고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게 힘이 센 사람이다. 장 의원은 행안위 회의를 마치기 직전 “앞으로 국회 출입 안 됩니다. 알았어요?”라며 못박았다. 그렇게 혼쭐을 냈다. 질의 도중 피감기관장이 위원장의 허가 없이 자리를 이석한 것은 잘한 행동이라 볼 수 없지만 심할 정도의 삿대질과 고함, 반말을 쓴 것은 너무 지나쳤다. 우리가 뱉은 말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장 의원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본 사람들의 판단은 평판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오랜 속담에 이런 게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충고다. 나는 이렇게 고쳐 말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말이 따뜻하다.”
2011년 12월 19일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병문안을 위해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길에 119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자 김 지사는 “나, 도지사 김문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실은 “예예”라고 대답하고, “김문수 도지사”라고 거듭 말해도 “예 소방섭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사무적으로 응대했다. 김 지사는 곧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구십니까”라고 물었고, “누구냐고?”라고 반말로 나왔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하자 “내가 도지사라는데 그게 안 들려요”라고 힐난했다. 상황실은 ‘긴급 전화’를 걸었으니 그에 맞게 응대한 것인데, 김 지사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를 내는 모양새였다. 이 통화 내용이 그대로 공개됐을 때 누가 타격을 입었을까? 모두 알다시피 김 지사가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인의 말은 생중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촬영하거나 녹음하고 있어서 다 공개될 것처럼 신중해야 한다. 3월 22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현안 질의를 하던 중,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자리를 뜨자 “제가 국회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석하는 피감 기관장은 처음 본다. 사무총장 뭐하는 사람이냐. 국회를 뭐로 보는 거냐”라고 책상을 치며 호통쳤다. 박찬진 사무총장은 “무슨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이석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메모를 준 사람이 누구냐”고 추궁했고, 메모를 줬다는 선관위 과장이 해명에 나서자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 “들어!” “어디서 배워 먹은 거야”라고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게 힘이 센 사람이다. 장 의원은 행안위 회의를 마치기 직전 “앞으로 국회 출입 안 됩니다. 알았어요?”라며 못박았다. 그렇게 혼쭐을 냈다. 질의 도중 피감기관장이 위원장의 허가 없이 자리를 이석한 것은 잘한 행동이라 볼 수 없지만 심할 정도의 삿대질과 고함, 반말을 쓴 것은 너무 지나쳤다. 우리가 뱉은 말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장 의원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본 사람들의 판단은 평판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오랜 속담에 이런 게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충고다. 나는 이렇게 고쳐 말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말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