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축제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3월 07일(화) 00:15 가가
‘꿀벌은 꽃 색깔을 알아볼 수 있을까?’ 얼마 전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 문득 꿀벌의 눈 구조와 시력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꿀벌이 꽃색을 인지하는지, 아니면 꽃향기에 이끌려 날아오는지 아리송했다.
우선 ‘장돈식의 산방일기-빈산엔 노랑꽃’(학고재·2001년)이라는 에세이집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원도 치악산 자락에서 생활했던 작가는 같은 제목의 글에서 “이른 봄과 늦가을 눈으로 얼룩진 산에는 노란색이 주류이고, 봄가을은 붉은 꽃, 청산에 피는 꽃은 희다”고 말한다.
복수초(福壽草)와 개나리, 영춘화(迎春花), 생강나무, 산수유처럼 이르게 봄소식을 알리는 들꽃과 나무들은 한결같이 노랑꽃을 피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아직 신록이 피어나기 전, 메마른 배경일 때 멀리 있는 벌과 나비들의 눈에 띄기 쉬운 색이 노란색임을 식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의 시작과 끝에는 노랑꽃만 핀다”고 설명한다.
요즘 화제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 같은 질문을 던져 보니 “꿀벌은 꽃색을 알아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답변을 요약하자면 꿀벌은 사람 눈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복합 눈을 갖고 있는데 자외선 영역까지 볼 수 있단다. 결국 꿀벌은 꽃 색깔과 향기 모두를 활용해 꽃을 찾는다는 것. 발 빠르게 봄기운을 감지해 언 땅을 뚫고 노랑꽃을 피우는 봄꽃과 이를 찾아가는 꿀벌의 생명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3월 들어 산수유와 매화를 주제로 한 봄 축제가 4년 만에 열린다. ‘2023 광양 매화 축제’(3월 10~19일)와 ‘제24회 구례 산수유꽃 축제’(3월 11~19일)다. 또 해남 달마산 둘레길을 걷는 ‘2023 해남 달마고도 힐링 축제’(3월 25일)도 열릴 예정이다. 모진 겨울을 견디고 봄꽃을 피우는 생명들과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아가는 우리들 역시 닮은꼴이다. 마음 설레는 봄날, 누구든 상춘(賞春)의 사붓사붓한 발걸음을 누르지 못할 듯 싶다.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김용택 ‘봄날’ 전문)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우선 ‘장돈식의 산방일기-빈산엔 노랑꽃’(학고재·2001년)이라는 에세이집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원도 치악산 자락에서 생활했던 작가는 같은 제목의 글에서 “이른 봄과 늦가을 눈으로 얼룩진 산에는 노란색이 주류이고, 봄가을은 붉은 꽃, 청산에 피는 꽃은 희다”고 말한다.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김용택 ‘봄날’ 전문)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