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를 분리한다고? - 이영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2023년 02월 27일(월) 22:00
“광주전남연구원 통합 운영이 과연 방향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작년 10월 광주시의회에서 나온 강기정 광주시장의 답변이다. 이후 일부 전남도의회 의원이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연구원 분리론이 대두했다. 올해 1월엔 광주전남연구원 원장 공모가 중단됐다. 그 사이 통합 유지론도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전남연구원은 분리되어야 할까? 요컨대 분리론의 명분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분리론은 연구원의 임무, 시대의 요구를 간과한 순진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연구원 분리론의 근거는 세 가지다. 군 공항 이전과 나주SRF(고형폐기물연료) 열병합발전소 등 이해 갈등 문제에 대해 눈치를 보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도시형 광주와 농촌형 전남은 산업 구조도 다르고, 발전 방안도 달라야 한다. 2015년 통합 이후 실질적인 통합 과제 수가 적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결국 둘로 나누고 각자 필요에 따라 연구하자는 게 효율적인 연구원 분리 운영의 요지다. 분리의 근거는 지엽적이고 단순하다. 근거를 따지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연구원 운영의 효율화 문제다. 효율화란 주어진 목표와 방향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기준점과 가치는 용역업체가 아니라,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초광역시대에 광주와 전남은 독자적으로 살 수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원이 지향할 가치는 광주·전남을 아우르는 경제권의 발전 방안 연구다.

둘째, 광주·전남 경제권의 발전이다. 광주와 전남은 제조업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한 준비는 충분치 못하다. 미래의 먹거리인 새로운 지식산업, 정보혁신산업의 성장이 더디고 수도권과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위한 광주와 전남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서 광주와 전남은 뭉쳐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

셋째, 그렇다면 연구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와 전남이 협력하여 장기적인 번영을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특정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 인력 양성, 혁신을 통한 지역 경제권의 형성이다. 이때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아야 한다. 대도시 광주 없이는 고급 인력이 집중하는 4차 산업이 성장할 수 없고, 광주는 전남과의 협업 없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분리론의 허점은 분명하다. 도시와 농촌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산업 대전환의 시대에 도시형 문제와 농촌형 문제를 구분하는 것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광주와 주변 지역, 그리고 농촌은 정보와 교통의 측면에서 긴밀해졌다. 주요 과제는 광주와 전남의 협력을 통해 푸는 게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요즘 화두인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은 시군 단위에서, 광주 혹은 전남 혼자서 풀 수 없다. 광주·전남권의 통합된 성장 전략과 일자리 정책만이 광주의 인구 유출, 시군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 질문. 광주전남연구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분명히 해 두고 싶다. 먼저, 핵심 과제 중심의 연구다. 분리론자들은 소신 없는 눈치 보기 연구를 분리의 근거로 제시한다. 군 공항 문제의 미해결이 그 사례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정치적인 문제다. 중앙 정부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협력해야 할 문제고, 지역 내의 쟁점은 두 기관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야 한다. 연구 방안이 아니라 정치적 지도력과 실행력이 부족해 풀지 못한 사례다.

두 번째, 수탁 과제와 정책 과제의 수를 줄여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수탁 과제는 과제가 평이하며, 수적으로는 성과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연구 과제를 못하게 된다. 연구원이 기초단체의 용역 기관이 되어선 안된다. 그런 종류의 과제는 잘 할 수 있는 지역의 연구 기관이나 용역 업체에게 맡길 일이다. 덧붙여 부족한 인력을 강화하고 출연금을 증원한다면 금상첨화다.

광역연구원 분리론에 대한 첫 생각은 ‘OMG’(oh my god), 즉 ‘맙소사!’였다. 이번의 논란을 계기로 광역연구원의 위상과 임무를 확인하였다면 ‘OMG’, 즉 ‘와우!’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대전환 시대를 선도할 연구 기관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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