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관광 신산업- 장현우 나주시 문화예술특화 사업단장
2023년 02월 22일(수) 22:00
일본의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대중이 예술작품을 감상하러 오는 이유는 비범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경험을 원해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곧 “자신의 경험 범위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을 만나고 싶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천재적 상상력이 대중을 열광시키고 약으로 몽롱해져 떠올릴 듯한 기괴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들어서게 한다. 사람들은 싫증과 지루함에 몸부림치고 반복되는 패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현대인의 점점 빨라져만 가는 변화에 대한 감각은 빅뱅으로부터 출발한 반응이자 확장과도 같다.

엄청난 미디어 자극과 정보가 폭주하게 된 현실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무디고 무감각해진 신경을 위한 노력도 별반 효과가 없을 듯하다. 예술이 대중의식을 반보 앞서 제시할 수 있다면 문화가 발전해 가지만 반대로 대중을 따라간다는 것은 이미 예술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예술가가 더 많은 관찰과 사색으로 문명을 꿰뚫고 새로운 질문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자극이자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대중 의식이 문화 전반이지만 발전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무라카미의 발언은 인류 보편의 문제를 상기시키고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 다양성과 무언가를 창조하는 상상력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본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좀비’는 한참 줄을 서며 입장해야 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미술관이 장소나 환경의 문제로 관람객 수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도심이든 외곽이든 심산 유곡 산속이나 바닷가라도 좋은 기획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신선함이 현대인의 발길을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미술관 시대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미술관이 지자체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쉬운 마음이다. 관광산업을 꿈꾸는 지자체는 당대 트렌드에 부합되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유동 인구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카르텔이 지역민 전체의 먹거리를 위협한다.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텃세가 심한 지역은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고 지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되는 현실 앞에 ‘끼리끼리 먹고사니즘’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구촌이 과학 발전과 더불어 거리가 좁아지고 정보에 따라 격차가 없어지는 현실에 ‘전통문화와 우리 것’ ‘한국적인 것’을 넘어 글로벌리즘, 글로컬리즘을 앞세운지가 언제던가? 아직도 좁은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벽을 무너뜨리고 경계를 넘는 상상력과 꿈을 추구하지 못한다면 문화예술 발전도 관광과 융합된 신산업도 시도하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주지하다시피 관광산업은 지역민 주머니를 현장에서 직접 채워 주는 기초 경제 효과가 탁월하다. 각 지자체가 공약이든 뭐든 간에 관광산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때, 현대인의 니즈와 문화 트렌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말만 앞세우는 포퓰리즘이거나 타 지자체가 성공하는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한 형태인지라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

탈산업화로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은 문화 소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과 신선한 자극이 없는 지자체는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심해질 것이며 그 속도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관광 형태 변화에 따른 현대인의 니즈는 ‘전통과 현대’ ‘인공과 자연’ ‘반추와 기대심리’에 있다. 빨라진 정보와 지구촌 거리가 좁아진 이 현실은 문화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를 반영한 눈높이 기획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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