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이 부른 총체적 난국 - 조귀임 전 광주 백운초등 교사
2023년 02월 20일(월) 01:00
광주일보(2023년2월8일자) 보도에 따르면 광주·전남교사들 담임기피현상으로 학생지도도 힘들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 해가 갈수록 많아져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특히, 1·6학년 등 학부모에 시달리는 학년은 담임지원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란다.

극성인 학부모를 만나 1년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몸도 마음도 편한 전담교사를 맡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간제교사로 ‘돌려막기’를 하는 실정이다 보니 지난해 ‘기간제’ 절반이 담임을 맡았다고 한다. 교권보호장치가 없다시피해 교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나서서 담임을 맡겠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 공립 중등교사는 3분의 2가 여교사고 초등학교는 ‘여초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나랑 지인인 분의 자제분이 중등학교 음악교사인데, 작년 봄에 도저히 못 버티고 사직서를 냈다는 씁쓸한 소식을 접하기도했다.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모나고 까칠한 성격의 몇몇 아동들이 담임말에 고분고분 순응하기보다 삐딱하게 빗나가고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데 큰 이유가 있다. 지도차원에서 훈계를 하면 담임에게 대대는 것을 넘어 부모에게 연락해 학부모가 담임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술 더 떠서 학교장에게 쫓아와 난동을 부리고, 심지어는 법정소송까지 벌여 교권침해를 당하기도 한다.

담임기피 현상은 아이러니한 교육현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재 가정에서 자녀를 한둘 밖에 낳지 않다 보니 자녀를 금지옥엽, 조동버릇으로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얘들이 이기적인데다 남을 배려하거나 양보할 줄도 모르고, 곧잘 말썽을 부린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이 이지경까지 왔는지 답답할 지경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가장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는 인구절벽이 빚은 현상과 연관돼 있다. 요즘 아이들 보기가 가뭄에 콩나듯하다. 천변산책길에서 매일 만나는 젊은 남녀들이 아이들을 동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애완견을 앞세우고 가는 모습은 비일비재하다. 등·하교시간에 학교 앞에 가야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아이들을 보면 괜히 설레고 가슴이 뛴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 밝은 얼굴로 화답을 한다.

작년에 시내 모초등학교 전교생이 57명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조건에 부합해서 외곽지로 이사간 이유도 있을테지만, 올해 전남에 초등학생 입학 아동수가 한명도 없는 곳이 10곳이고, 중학교도 1곳이라고 한다. 광주시내에도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수가 적어 폐원한 곳도 여러곳이고 통폐합하자는 의견도 분분하다. 머지않아 문 닫을 학교가 속출하겠다 싶은 생각이 드니 씁쓸할 뿐이다.

우리 주위에 처녀 총각들이 적지 않은데 결혼을 안하는 풍조 탓에 싱글인 이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하면 살집을 장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억씩 저축을 해야 한다. 물가는 비싸서 살기가 팍팍한데 아동 양육비나 교육비는 만만치 않아 애 낳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혼할 여건이 갖추어졌는데도 혼자서 편히 살겠다는 싱글족이 늘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아파트까지 장만했는데도 결혼을 안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광주일보가 전한 기사 내용은 오늘의 인구 감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호남은 서울-부산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화 과정의 영향으로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지역민이 대거 이동해 인구수가 크게 줄며 정치, 사회, 경제들의 근간이 크게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단다.

자손만대로 뿌리내리고 살아야 할 우리 고향 광주에서 지방소멸을 막지 않고는 호남의 미래도 삶의 활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구절벽이 부른 총체적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지방시대를 여는 비전을 현실화해야 한다. 미래를 열어가는 집단지성의 발휘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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