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예방에 모두 동참해야 할 때-박영길 순천 국유림관리소장
2023년 02월 19일(일) 22:00
매실 주산 단지가 있는 전남 지역에서는 봄을 알리는 매화가 활짝 피어 은은한 향기를 날리고 있다. 상춘객들은 앞다퉈 꽃구경에 나서고 있다. 봄을 알리기 위해서 땅에서 꽃을 가장 빨리 피우는 복수초(福壽草)도 한창이다. 복수초는 이른 봄 혹한의 잔설 속에서 꽃을 피워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열을 발산해 주변 눈을 뚫고 나오는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남에는 유명한 동백숲이 많지만 국내 최대인 천관산 동백숲은 지금도 많은 동박새가 찾아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달콤한 동백꿀을 빨아 먹고 있을 것이다. 약 1.6㏊에 이르는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동백숲도 유명하다. 수령이 약 500년으로 천연기념물 184호이며 매년 3~4월이면 붉고 탐스러운 동백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선운사를 찾고 있다.

선운사 동백을 유명하게 한 사람은 미당 서정주와 가수 송창식이다.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에서 또 송창식의 ‘선운사’에서 선운사 동백은 아쉽고 애절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선운사 동구’에서는 동백꽃이 막걸릿집 여자의 목 쉰 육자배기 가락으로 남았고, ‘선운사에 가본 적이 있나요’라고 시작하는 ‘선운사’에서는 내 맘처럼 슬픈 동백꽃을 보면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라 했다. 이렇게 동백숲이 시와 노래가 만나면 새롭게 포장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하는 숲으로 거듭난다.

시와 노래가 만나면 이런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 같이 광주·전남의 아름답고 유명한 숲도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멋진 숲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는 잎이 두껍고 수분 함유율이 높아 산불의 진행을 최대한 더디게 하는 특징이 있어 산불이 사찰 건축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내화림(耐火林)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울진 산불 등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큰 재난을 겪으면서 500년 전부터 이런 내화수림대를 갖추고 있던 선운사 동백숲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산불 방지 업무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먼저 전 지구적으로 가뭄과 기후변화 등으로 대형 산불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남은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한 실정이라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진화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한 형편이다.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담수할 때 물 자원이 많은 깊은 저수지에서 하면 불순물이나 오물이 적지만 물 부족으로 옅은 냇가에서 담수를 하면 돌 등이 따라 올라와 진화 현장에 있는 지상 진화 인력이 헬기에서 쏟는 물과 함께 떨어지는 돌에 맞아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된다.

셋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불 진화 주력 헬기인 러시아제 까모프 헬기의 부품 등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아 정비 애로와 진화 현장 투입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산불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산불로 그 아름다운 봄의 신록, 그윽한 매화 향기와 복수초의 강인한 생명력, 아름다운 동박새와 동백숲 등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산림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논밭두렁 태우기 금지 등 산불 예방에 모든 국민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숲이 울창해짐에 따라 산불은 대형화되며 동시 다발적인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고, 산불 위험을 저감시킬 수 있는 산불 취약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산불로부터 천년고찰인 선운사를 지켜내기 위해 내화수림대를 조성했던 지혜를 따라 산불 발생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산림 자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단지 조림지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사찰 및 민가 연접 지역을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또는 고로쇠나무 등 내화수종으로 내화 수림대를 조성해 산불로부터 귀중한 산림을 보호했으면 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