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실시 협동조합 선거, 축제로 승화되길- 박안수 남광주농협 사외이사·경제학박사
2023년 01월 30일(월) 21:00
올해는 토끼띠인 계묘년(癸卯年)으로 큰 선거가 없는 해이다. 다만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3월 8일)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는 전국의 농·축협을 비롯하여 산림조합, 수협 등 1300여 개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가 지난 2019년 이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 실시된다.

대다수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꽃이자 축제이며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의사 결정의 과정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우리들이 흔히 생각한 정치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후보자의 명예와 하나의 스펙(spec) 쌓기를 위한 선거는 더욱 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게는 몇 천 명 조합원의 자산을, 그리고 많게는 만 명 이상에 이르는 수조 원의 자산을 경영·관리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농림어업 조합원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림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조합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경영자이자 조합원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조합장 선거는 그야말로 막중한 선거이다.

다수의 협동조합은 각자 협동조합 고유의 이념을 실현하는 운동체이며 사업체일 것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장 동시 선거는 ‘선거’라고 하는 의사결정의 형식을 빌리지만 기존의 지자체 선거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와는 확연히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난 두 차례 동시 선거에서 나타난 일부 지역의 지역 이기주의, 학연, 혈연에 얽매인 선거가 되풀이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또한 과거 극히 일부 몰지각한 후보의 향응 등 공명하지 못했던 선거로 지역 이미지의 추락과 함께 관계자들의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랐던 좋지 못한 선례는 용납될 수 없다.

동시 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는 현 시점에서 여러 협동조합과 선거를 주관하는 관계 당국에서는 공명 선거를 치르기 위한 행사와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역에서도 이미 위탁 선거법을 위반하여 고소·고발·경고 등 위반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선거는 리더십이 탁월하고 조합원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적정 후보자를 추천해 선거를 하지 않고 무투표로 조합장을 선임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조합장을 선출할 때 이런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지금의 우리 농림어업을 잘 이해하고, 협동조합의 정의와 이념·가치,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충실한 후보였으면 한다.

둘째, 비전 제시를 통해 농림어가의 소득 증대와 조합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후보면 좋겠다.

셋째, 의사결정 과정에서 늘 합리적이고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는 리더십과 판단력을 소유한 조합원이었으면 좋겠다.

넷째, 대다수 협동조합이 금융 업무인 신용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고도의 도덕성을 갖춘 후보였으면 한다.

끝으로, 솔선수범하는 리더로서 지도자다운 품격을 지녀 조합원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는 그런 후보들을 기대해 본다.

조합장 선거는 승패를 떠나 조합에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는 조합원들의 축제여야 한다. 협동조합의 발전과 조합원 소득 증대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그런 후보들이 당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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