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이론
2023년 01월 08일(일) 22:00
서로 다른 두 시대를 사는 인물의 운명이 반복된다는 이론을 일컬어 ‘평행 이론’이라고 한다. 유럽 정복을 꿈꿨던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두 사람이 생존했던 시기는 다르지만 약 13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중요 사건이 일어났다. 나폴레옹은 1799년 쿠데타로 기반을 잡았으며 히틀러는 1928년 총선 승리로 실세가 된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1815년) 패배로 몰락했으며 히틀러 또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1944년)에 막혀 승기를 잃었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의 삶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흑인 인권 등 민주주의에 헌신했다. 비극적인 공통점은 두 사람이 금요일에 총을 맞았다는 것이다.(링컨 1865년 4월 15일, 케네디 1963년 11월 22일) 더욱 뜻밖의 사실은 두 암살범이 재판 이전에 총살을 당했다는 점이다.

유관순과 잔 다르크도 평행 이론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3·1운동 당시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에서 시위를 주도하다가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다. 이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다 고문으로 옥사했지만 그의 죽음은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잔다르크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 당시 불과 17세의 나이로 전장에 참여했다. 그녀의 활약으로 프랑스는 승리를 거두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한다.

평행 이론의 사례는 특정 인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양상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상승과 하강이 반복하는 경제 분야도 그렇다. 3고(高)로 대변되는 작금의 경제 위기는 1997년 IMF 위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다른 버전일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정치권의 극한 대치와 선거구제를 둘러싼 이견도 이전에 봐왔던 모습들이다. 물론 견강부회(牽强附會)나 ‘끼워 맞추기’라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 않던가. 정치와 권력의 패턴 또한 유사하게 반복되는데 그 폐해의 끝이 어떠했는지 ‘평행 이론’을 대입해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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