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트 하나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1월 05일(목) 22:00
어느 국가든 인명 피해를 동반한 사고나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 하지만 결과는 사고의 규모나 피해에 비해 의외인 경우가 많다. 예견했던 구조적 결함이나 부실, 부패 등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나 사소한 것이 원인으로 판명되는 사례들이 있다.

1986년 1월 28일, 발사 과정이 생중계로 방송되는 가운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일곱 명의 우주인과 함께 폭발하고 만다. 제작비가 수조 원에 달하는 복잡한 시스템의 우주왕복선이지만 사고 원인은 기체나 추진체 같은 결함이 아닌 단순한 고무링의 문제로 밝혀졌다.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는 우주선의 폭발 원인을 원형의 링, 즉 오링(O-ring)의 부식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우주선의 오른쪽 고체 로켓 부스터의 조인트를 밀봉하는 오링이 추운 날씨에 제 역할을 못하면서 고온 가스가 분출됨에 따라 결국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오링은 엄청난 고온과 압력을 로켓 동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끔 밀폐해 주는 부품이기 때문에 꽤나 두껍고 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는 6.4㎜ 두께의 작은 부품에 불과하다.

1999년 9월 2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1300억 원 짜리 화성 궤도선도 기술진의 계산 실수가 폭발 원인이다. 이 사고는 우주 항행 소프트웨어를 만든 기술진은 로켓 분사와 관련해 킬로그램 단위를 사용했지만, 우주선 제작팀은 파운드 단위를 적용한 탓에 우주선이 예정 궤도보다 낮게 진입하면서 대기 압력과 마찰을 견디지 못해 파괴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강원도 원주 상공에서 발생한 KF-16C 전투기 추락 사고도 ‘너트 하나’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년 전 정비 과정에서 지름 5.5㎝, 두께 1㎝에 불과한 너트 하나를 안 끼우는 바람에 400억 원대 전투기를 잃고 만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소수의 현장 통제 요원만 있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은 부품 하나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듯, 기본을 지키지 않는 작은 행동이 재난을 몰고 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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