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의 과제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1월 03일(화) 00:30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지만 호남 정치가 마주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 시인의 시구처럼 호남 정치의 무기력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당장 광주·전남과 전북의 정치적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치러진 세 차례의 최고위원 선거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의 민심은 호남 주자를 중심으로 결집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남’이었다. 물론 호남 주자들의 리더십도 문제였지만 심리적 괴리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마저 국회를 통과하면서 호남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광주·전남 정치권의 소통과 결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 결집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소통을 통해 현안 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각자도생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10년 이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구심점이 없고 상호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 광주와 전남은 물론 전남에서도 동부와 서부 간의 정치적 경계선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과감한 도전과 응전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과 비전의 근육을 키우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는 민주 진영의 심장 역할을 했던 호남 민심의 역동성마저 갉아먹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하위이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광주·전남·전북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정치적 무력감이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나고 이는 호남 민심의 역동성 약화로 이어지는 정치적 ‘빈곤의 악순환’ 현상을 빚고 있다. 올 한 해는 정치도, 경제도, 민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남 정치권은 시대를 위한 치열함으로 재무장하는 정치적 각성이 올해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는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호남 민심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인물을 키우고 신진을 발굴하는 ‘선택과 집중’의 정치적 지혜를 모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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