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희망 찾기-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2년 12월 30일(금) 00:45
“글쓰기는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한 말이다. 출판물에서 ‘편집’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책 제목이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는 많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처음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판매가 부진하자 제목을 바꿔 다시 내놓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역시 ‘칭찬의 힘’으로는 주목을 못 받다가 제목을 바꾼 이후 크게 화제가 됐다.

책과 마찬가지로 신문에도 제목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의 기사 전체를 읽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한 조사에 의하면 독자의 절반 이상이 제목만 읽거나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읽는다고 한다. 독자는 개인적 흥미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선택하는데, 이때 기사의 선택은 제목의 주목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제목이 읽히지 않으면 결국 그 기사는 독자의 눈에서 멀어진다.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신문을 보는 시대에 제목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편집기자협회에서 선정한 2022년 최고의 편집은 ‘약물은 빙판의 일각이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러시아 선수단의 약물 파동을 꼬집은 것으로, ‘빙산의 일각’에서 ‘빙산’을 ‘빙판’으로 살짝 비틀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 광주일보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뒤 도핑에 적발된 발리예바 선수가 눈물을 흘리는 사진과 함께 ‘눈물? 약물!’이라는 제목을 썼다.

제목 쓰기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 할 수 있다. 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버리고 마지막 고갱이를 찾는 작업이다. 또한 단순한 기사의 압축이 아니라 기사를 해석하고 변주하고 창조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신문을 편집하는 날이다. ‘칼날 위의 민주’ ‘雨… 雨… 하늘만 쳐다보는 광주시’ ‘유전결혼 무전비혼’ 등 지난 1년간 썼던 제목들을 돌아보면 우울한 내용이 많다. 내년에는 좀 더 희망찬 제목으로 편집을 하고 싶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