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역 피아노- 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12월 29일(목) 00:45 가가
광주지하철 상무역에서는 가끔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악기사로부터 기증받아 설치한 ‘레일(Rail) 피아노’다. 전동차 모습 등이 알록달록한 색채로 그려진 피아노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거리의 피아노는 시내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지하철 역사에 들어섰을 때도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점은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멜로디를 가늠하기 어려운, 아주 서툰 연주였다는 점이다.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거리의 피아노가 신기해 피아노 건반을 쳐 보는 건가 싶었다.
개찰구 앞에서 피아노 쪽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뒷모습은 얼핏 50~60대 정도로 보였는데 다가가 연세를 여쭈니 84세라는 답이 돌아왔다. 악보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건반을 조심조심 짚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할아버지의 용기도 부러웠다. 화정동에 사는 할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이 곳에서 피아노 연습 중이다. 피아노 교본 ‘바이엘’을 직접 구입해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기타와 하모니카도 배웠다는 할아버지는 이제 막 연습하기 시작한 피아노가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어릴 적 집에서 피아노를 치던 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는 말과 함께 서울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딸 이야기도 들려줬다.
피아노 옆에는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되고, 위로가 되고,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는 글귀가 적힌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생각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할아버지처럼 새로운 시작을 해 볼 수도 있다.
새해를 앞두고 한 해 계획을 세우기 좋은 때다. 올해는 악기 하나 배워 보는 건 어떨까. 함께 모여 노래를 불러도, 그림을 배워 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비싼 수강료를 내지 않더라도 집 근처 주민센터나 도서관을 활용하면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언젠가 무심코 상무역에 들어섰을 때 멋진 곡을 연주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만난다면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개찰구 앞에서 피아노 쪽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뒷모습은 얼핏 50~60대 정도로 보였는데 다가가 연세를 여쭈니 84세라는 답이 돌아왔다. 악보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건반을 조심조심 짚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할아버지의 용기도 부러웠다. 화정동에 사는 할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이 곳에서 피아노 연습 중이다. 피아노 교본 ‘바이엘’을 직접 구입해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한 해 계획을 세우기 좋은 때다. 올해는 악기 하나 배워 보는 건 어떨까. 함께 모여 노래를 불러도, 그림을 배워 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비싼 수강료를 내지 않더라도 집 근처 주민센터나 도서관을 활용하면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언젠가 무심코 상무역에 들어섰을 때 멋진 곡을 연주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만난다면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