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같은 대통령-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12월 22일(목) 01:00 가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 프랑스는 정치 구조가 수시로 바뀌며 혼돈의 시기를 보냈다. 1789년 7월 프랑스 혁명의 성과로 1792년 9월 제1공화국이 들어섰고 이후 80여 년 간 왕정과 공화정이 다섯 차례나 뒤바뀌었다. ‘공포 정치’로 유명한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뒤 다섯 명의 총재가 이끄는 소위 ‘총재 정부’는 상호 견제에는 성공했으나 현안 해결에 있어 대단히 무기력했다.
이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799년 11월 쿠테타로 ‘통령 정부’를 수립, 1804년 5월 황제에 오르며 제1 제국을 열었다. 하지만 1815년 6월 11년만에 나폴레옹은 쫓겨나고, 루이 18세가 즉위하며 ‘왕정 복고’를 알렸다. 테러·암살 등 극단적인 갈등이 이어졌는데, 1824년 즉위한 샤를 10세는 이를 절대 왕정의 복귀와 왕권신수설로 다스리려 했다. 그의 ‘반동’에 곳곳에서 반발이 일었고, 1830년 7월 혁명으로 강제 퇴위됐다.
이어 즉위한 루이 필리프 1세는 혁명 세력으로부터 ‘시민왕’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지만 그 역시 보통선거와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1848년 2월 혁명으로 물러났다. 제2 공화국을 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었다. 1851년 2월 친위 쿠테타를 일으킨 그는 이듬해 황제에 즉위했으나 1870년 9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왕좌에서 내려왔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표현한다. 왕에 버금갈 만큼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어떤 대통령은 인기 관리에만 치중하며 국민이 바라는 개혁 추진에는 무능을 보였고, 또 어떤 대통령은 권한을 남용해 모든 기준을 제멋대로 바꾸려 든다. 가히 우리나라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근대 프랑스에서 반복된 극단적인 상황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바꿔 가며 수십 년간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소모적인 다툼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현 정치 구조의 혁신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및 견제 장치 마련, 중앙집권적인 정당 구조의 혁신, 중대선거구 도입에 의한 다양한 정치 세력의 양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바꿔 가며 수십 년간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소모적인 다툼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현 정치 구조의 혁신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및 견제 장치 마련, 중앙집권적인 정당 구조의 혁신, 중대선거구 도입에 의한 다양한 정치 세력의 양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