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의 희망-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2년 12월 20일(화) 00:15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도 이제 점차 저물어 간다. 돌이켜 보면 올 한 해는 정쟁으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 5월의 대통령 선거는 온갖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지면서 말 그대로 ‘역대급’ 비호감 구도로 치러졌다. 민심은 극명하게 갈렸고 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박빙인 0.73%포인트(24만 7077표) 차이로 신승을 거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비호감 대선에서의 초접전 결과는 ‘증오의 정치’라는 후폭풍으로 나타났다. 여권은 여소야대의 상황 속에서 협치보다는 법치를 지렛대로 제1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 지우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미뤄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모토인 공정과 상식의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있어 민심의 신뢰를 얻을 만한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크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현실도 딱하다. 167석의 과반 의석을 넘는 거대 정당임에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방탄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틈만 나면 민생을 강조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번번이 묻히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법 리스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 대표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민주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야의 정쟁 구도가 격화되면서 민생은 멍들다 못해 무너져 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하고 고물가, 고금리에 서민의 겨울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결국 길은 협치다. 여야의 상생과 민생을 위한 길이다. 내년 예산안 합의 처리는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내년은 토끼해인 계묘년(癸卯年)이다. 여야가 토끼처럼 긴 귀를 기울여 민심의 목소리를 소중히 듣고, 협치를 통해 민생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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