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가 가야 할 길- 전동호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2022년 12월 09일(금) 00:15
‘한국인의 고향, 남도로 오세요’를 기억하십니까? 한때 전남을 알리는 등록 브랜드였지만 언제부턴가 희미해졌다. ‘탑라이스’이던 쌀은 어떤가? 예전 같지가 않다. 같은 간척지와 문전옥답에서 나오는데도, 찧은 후 15일이면 변하는 유통 관리와 홍보 부족은 아닌지 모르겠다. 보고 듣고 느끼는 즐길 거리도 보자. 혹하는 무엇이 없다.

무슨 묘안은 없을까? 답은 지속성이다. 새로운 시책과 연구 개발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이 같은 이치다. 세계적인 상표와 제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 가치를 융합할 줄 알았고, 순간의 방치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진리 또한 늘 잊지 않고 있다. 만인의 눈과 귀에 들며 변함없는 신뢰를 만들었다.

남도로 오는 길은 괜찮은가? 아직도 부족하다. 진도, 나로도, 여수까지 고속도로를 연결하고 광주~순천과 목포~보성 전철화, 십여 년을 꼼짝 않는 흑산공항 착공 등 꼭 이루어야 할 일이 많다. 신안과 완도 등의 섬 연결 역시 늦지 않아야 한다. ‘여수 밤바다’를 가마미까지 수백㎞나 더할 수 있고, 열두 바람과 낮 빛이 ‘RE100’(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 미래 에너지로 가는 필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 수요인 인구 문제는 어떤가?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지야’라는 아버지 말씀에 답이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와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다. 이미 서구 유럽에서 하고 있는 출산율 향상 정책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이면 못할 것도 없다. 수도권에서 먼 곳부터 우선한다면 지역 균형까지 기대할 수 있다.

농촌(농산어촌)의 현실도 보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고령화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농사 지을 사람도 없겠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인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부족한 청년 농군마저 인접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이가 많아졌다. 교육·의료·주거 등 편익을 쫓아간 것이다. 농촌이 식량 창고를 넘어 도시 인구까지 공급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농촌을 전부 도시로 바꿀 순 없다. 당장 농촌 수당을 지급하며 정착을 돕는 것 또한 어렵다.

하지만 농촌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교육 시설이다. 공부 외에도 전통 시서화창(詩書畵唱), 트롯, 바둑, 축구, 골프, 암벽 등반, 승마, 카트, 요트 등 대부분의 예체능 활동이 가능하게끔 잘 갖춰져 있다. 30여 년 민선 자치제의 성과다. 영산호 수변에선 대형 야외 공연도 가능하다. 한 번쯤 ‘F1 머신과 BTS의 만남’을 그려보시라. 황홀하지 않는가?

이를 ‘맹모삼천지교’처럼 마지막 선택이 되게 하는 거다. 특화된 학교를 열고 각종 유소년 대회를 유치하면 된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연일 열리며 엄마의 돌봄도 함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그들에게 익숙한 도시형 시설이 빈약하다는 현실이다. 지방 공기업의 거점별 공공 개발이나 민간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리 보는 인구 대책이다. 젊은 세대가 늘면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남도에는 특별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 1555년 을묘왜변 조선 최초 의병장 양달사, 1908년 일제강점기 첫 여성 의병 양방매, 1592년 임란 등 난세마다 분연히 일어선 민초들까지, 발길마다 의로운 흔적이지만 여태껏 잘 알지 못했다. 그 기록이 2025년까지 ‘남도의병 역사박물관’에 담기게 된다.

이래서 ‘남도’는 더 특별하다. ‘부산·경남, 충남·대전’은 못하는 ‘광주·전남’을 통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도 음식의 대표겪인 김치의 무역 수지가 최근 역전되었다고 한다. 이래선 안 된다. 남도가 나서야 한다. 우리 식탁에 갯벌 천일염으로 간한 남도 김치를 오르게 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은 그만하라고 중앙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 농촌과 국민을 살리는 일인지를 잘 따져 보라고 해야 한다.

또 한 해가 간다. 새 빛은 저기지만 여전히 멀어 보인다. 남도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늘 배우고 가꾸며 익혀 가는 길이다. 서남해안 해도림(海島林)과 광야에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젊은 교육과 편안한 노후를 그리며, 숨겨진 자연의 행복과 함께 또 무엇을 꿈꾸면서, 어렵지 않게 찾아와 인생 최고의 터를 지을 수 있는 그런 날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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