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가 소중한 인연- 이성자 동화작가
2022년 12월 05일(월) 00:30
며칠 전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가 ‘개에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받고 돌아갔고, 뱀에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치료를 끝내고 갔습니다. 말(言)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입니다.’라는 게시판 글을 읽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들과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 말을 가려서 하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많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휴대전화 단톡방의 대화는 자칫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생의 미국인이며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소통할 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에 놓이지 않았는데, 그 사람의 입장을 어찌 정확히 이해할 것인가. 직접 대면일 때는 얼굴 표정을 보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쉽게 헤아릴 수 있지만, 비대면 상황에서 문자로 전해지는 소통은 입장 차이가 서로 다를 수 있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만 있으면 주변의 소식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보 등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소속해 있는 여러 단체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그때그때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시골에 계시는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 상태도 즉각 알아 볼 수 있어서 불안한 마음을 줄일 수도 있다. 어쩌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출근한 날이면 안절부절못하는데 그만큼 하루의 중요한 일을 휴대전화로 대신 해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마다 사연이 다른 이런 사람 저런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휴대전화가 만능 소통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그런데 휴대전화라고 어디 다 좋을 수만 있으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를 완전히 꺼두지 못하고 무음으로 해놓지만, 중요한 연락이 올지 몰라 일정 간격으로 열어 보곤 할 것이다. 가깝거나 먼 주변과 빠르게 정보를 나누는 단톡방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소중하고 고맙고 유익한 방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무료한 시간에 살짝 울려 주는 카톡은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하는 반가운 소리며,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아직 잊히지 않고 살아간다는 희망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의 단톡방에 아주 긴 글이 올라왔다. 너무 긴 글이라서 근무 중 읽지 못 하고 휴식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올린 주인공은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궤도를 이탈하는 듯하여 고개가 갸웃해졌다. 물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에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명확히 밝히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전에 공론화되지 않은 내용을 갑자기 올려 의아하게 만드는 일은 다 같이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몹시 불편한 마음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별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학문의 방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이념도 다르지만 서로가 하루하루 소중한 인연들로 맺어져 살아간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사회의 흐름은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시스템 자체가 합법적인 목소리라면 얼마든지 반영이 되고 여론을 끌어낼 수도 있게 되어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는 소통이라면 믿음이 생겨서 얼마든지 기쁘게 협조할 것이며, 보다 긍정적인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결실의 계절이다. 그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삶의 방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에 연말에는 휴대전화 단톡방 활용이 더욱 더 활성화되리라 본다. 이럴 때일수록 한마디의 말, 한 문장의 카톡일지라도 서로를 배려하여 보다 긍정적으로 펼쳐 보이면 어떨까. 우리는 모두가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기에 각자 다름에 대한 온전한 예의가 필요한 사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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