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할 권리- 오성인 시인
2022년 11월 10일(목) 00:45 가가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눈과 귀에 들어오는 속보가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번화가에서 주말 밤에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꽃다운 청춘들이 허망하게 숨을 거뒀다. 핼러윈(Halloween) 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경,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에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353명이 사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시민 156명이 희생되고 197명이 부상당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최대 인명 사고였다. 참담한 소식에 며칠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카톨릭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Sollemnitas Omnium Sanctorum) 전날에 영미권에서 다양한 복장을 입고 벌이는 축제로 켈트인의 전통 축제인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켈트인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각종 음식을 마련하여 죽음의 신에게 제례를 거행함으로써 망자들의 혼을 달래고 악귀를 물러나게 했다. 이때 악령들에게 피해를 입을까 봐 두려워한 일부 사람들이 스스로를 같은 악령으로 보이게 하고자 기괴한 모습으로 꾸몄는데, 이것이 작금의 핼러윈 분장 문화의 시초이다.
핼러윈 당일에 한해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이웃집으로 사탕과 초콜릿을 얻으러 다니는 미국 본토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추석 연휴를 마친 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전까지 꽤 긴 시간을 두고 축제 형식으로 즐기는 편인데 그 중심지가 바로 이태원 일대다. 용산 미군기지와 인접해 있는 이태원은 영미 문화가 빠르게 전파되는 곳이었고, 방문자의 대부분이 미군 청년들인 까닭에 가족적 성격보다는 클럽을 중심으로 한 유흥적 성격이 짙었다. 여기에 기존 세대에 비해 영어 교육이 강조되어 핼러윈 문화를 학습할 기회가 많았던 2000년대생들이 성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화를 향유하게 되었다. 가족 간 갈등이나 제사 등의 문제로 설날이나 추석 같은 고유의 명절이 점차 부정적으로 인식되는데 반해 핼러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부담 없이 어우러져 즐길 수 있어서 대중에게 익숙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가족 혹은 이웃이나 다름없는 이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배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사 이틀 전 열린 핼러윈 대책 회의에 불참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야유회와 바자회 등에 참석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심지어 참사 당일에는 고향인 경남 의령에 갔다가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서울로 돌아왔다. 또 참사 당일 4시간 전쯤인 저녁 6시 34분부터 참사 직전인 밤 10시 11분까지 무려 11건에 달하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지만 경찰에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후 뒤늦게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리에는 수십 구의 시신이 가득했다. 보고를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18시간이 넘게 지난 30일 오후에 해외 출장에서 귀국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책임자인 용산구청장과 서울시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이 보이는 행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핼러윈 행사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며 “역할 다했다”는 용산구청장의 발언에서부터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행정안전부 장관,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시느냐.”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이)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라고 농담한 국무총리, 참사가 아니라 사고이며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인종·성별·지역·종교 등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는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정부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방패 삼지 말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기 바란다. 그것은 동시에 안전을 약속받는 일이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그 누구도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
상황이 이러한데 책임자인 용산구청장과 서울시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이 보이는 행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핼러윈 행사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며 “역할 다했다”는 용산구청장의 발언에서부터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행정안전부 장관,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시느냐.”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이)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라고 농담한 국무총리, 참사가 아니라 사고이며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인종·성별·지역·종교 등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는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정부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방패 삼지 말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기 바란다. 그것은 동시에 안전을 약속받는 일이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그 누구도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