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이해하는 방법-김정연 동신대 언어치료학과 2년
2022년 09월 12일(월) 23:00
우리는 지금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별과 세대, 인종, 장애의 유무 등으로 서로를 나누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겨눈다. 이는 크나큰 사회적 이슈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차별에 관한,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1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에서는 차별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흔히 우리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나 평소에 쓰는 비속어의 유래나 어원에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뜻이 많다.

그런데 과연 비속어나 ‘선택 장애’와 같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단어를 쓴 이들이 실제로 그들을 차별하고 비하하려는 의도로 그 단어를 썼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던 것이다.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나는 ‘장애’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이나 이슈, 관련 이야기, 영화 등에 관심이 간다.

지난해 동신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한 독서클럽에 참여해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 속의 등장인물 ‘은혜’는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간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부분은 은혜는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누군가 휠체어를 들고 은혜를 도우려고 하는 부분이었다.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는 은혜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은 과거의 내가 도와 주려는 마음으로 다가갔던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음 알게 해 주었다.

이해하게 된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혹시나 내가 한 행동이 그들에게 또 다른 차별로 다가가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들에게 더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까 겁이 났다. 분명한 것은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이 ‘장애’를 가진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될 직업이라는 것이다.

단순언어장애(specific language impairment, SLI)와 같이 다른 장애나 병력이 없이 언어에만 어려움을 보이는 장애도 있고, 지적장애(intellectual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나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범주성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 ASD)와 같이 다른 장애와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언어 장애가 있기도 한다.

치료사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무의식적인 차별적 행위와 언사를 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을 상상하니 이는 옳지 않음을 느꼈다. 장애와 대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틀리다’와 ‘다르다’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먼저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동그라미와 세모를 서로 다르다고 말하지, 동그라미는 맞고 세모는 틀리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려울 것 없이 그냥, 단순하게 ‘다르구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별이 다르네’ ‘인종이 다르네’와 같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차별을 사라지게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영유아기에 아동들은 일어서기가 가능해진 뒤 걸음을 시작한다. 한 걸음을 걷고 나서 바로 넘어지거나 엎어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 한 걸음을 시작으로 걷는다. 걷고 난 뒤에는 뛴다. 즉 그 한 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다름을 이해함으로써 차별에서 벗어나는 한 걸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 이후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다름을 이해함과 동시에 개인에게 느끼지 못한 이권이 존재했음을 알아야 한다. 아래에서 보는 시야와 위에서 보는 시야는 다르다. 있는 곳에 따라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달라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에서 4층 정도의 건물에 지체장애인들의 일정이 있다면, 이는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잠깐의 불편함일까 아니면 차별인걸까.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를 그들이 받는 혜택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지원받아야 마땅한 것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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