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수씨 “뚝딱뚝딱, 지구 살리는 재능기부 정말 신나요”
2022년 09월 06일(화) 21:30
폐 목재 팔레트로 동네 화분 만들어
광주 상무2동 통장 등 17년 간 공동체 위한 활동 앞장
‘탄소은행’ 마을 선정 기여…전국 돌며 우수사례 강연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자원봉사센터에는 매일같이 ‘쾅쾅’ 망치 소리와 ‘드르륵’ 드릴 소리가 울러 펴진다.

공구 소리의 주인공은 서기수(63·사진)씨. 서씨는 이 곳에서 지난 4월부터 사용하고 나온 폐 목재 팔레트를 활용해 화분을 만드는 중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목재화분은 사실은 폐 목재 팔레트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서씨가 버려지는 폐 목재를 화분으로 만들게 된 건 ‘기휘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자연재해도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지구는 하나 뿐인데 우리 인간은 지구를 위해 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나만이라도 지구를 위한 뭔가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광주자원봉사센터에 아이디어를 내고 화분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는 건설현장에서 ‘목수반장’까지 했던 전문가다.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폐 팔레트를 멋스러운 화분으로 만들면서 보람을 느낀다.

“처음엔 규격을 정하지 못해 견본 5가지 정도를 만들어 자원봉사자들의 의견을 물었어요. 지금의 화분은 당시 가장 호응이 좋았던 규격이죠. 보통 아파트 단지 내에서 볼 수 있는 목재화분은 수입 방수목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은데 가격이 최소 30만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폐 목재를 활용해 만들면 환경도 살리고 여러 모로 이점이 많아 주민들 반응이 좋습니다.”

그의 화분은 기후위기 대응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아파트에 전달된다. 인기가 좋아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을 생각한 의미있는 일이지만 폐 팔레트를 수거하고 분해해 화분으로 만드는 과정 모두 서씨 몫이다. 변변한 일당도 없는 탓에 작업을 도와주는 이가 없다.

서씨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능기부에 나선 이유는 “공동체를 위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2002년 상무2동 15통 통장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회장님’이라고 불린다.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라면 직접나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17년이 넘었다”며 웃는다. 그가 마을 대표를 맡는 동안 ‘탄소은행’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고 우수사례로 선정돼 전국을 돌며 강연도 했다.

아울러 그는 2020년부터 올 4월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집단거주시설 방역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봉사활동을 멈출 수 없다.

“젊었을 적 ‘보부상’으로 큰 돈을 벌어 노후대책은 마련한 터라 생업을 접고도 봉사할 수 있다”는 서씨는 앞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재능기부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공동체 속에서 살다보면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걸 제가 먼저 하는 것 뿐이죠. 오히려 작업실을 내준 광주시자원봉사센터가 고마울 따름이지요.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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