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와 불의(不義)-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09월 05일(월) 01:00
영화 ‘한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의(義)와 불의(不義)의 대결”이라는 이순신의 말이다. 포로로 잡힌 왜적의 장수 ‘준사’는 목숨을 걸고 부하를 지키는 이순신의 행위에 감동한다. 그는 이순신에게 “이 전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이순신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의(義)와 불의(不義)의 대결”이라고 답한다.

영화 속 선조 임금은 한양 도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길에 오른 직후였다. 풍전등화 속에서 백성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순신과 수군을 도와 마침내 백척간두의 조선을 구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한 행위가 바로 의(義)였던 것이다.

반면 왜군은 명나라로 진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선에게 길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들은 대륙 정벌의 교두보를 얻기 위해 조선을 침탈했으며 무고한 백성을 무참히 살육했다. 한마디로 불의함의 극치였다. 그럼에도 선조와 조정의 대신들은 종묘사직의 수호와 자신들의 안위에만 급급한다. 당파 싸움으로 날을 새던 이들에게선 조금의 의(義)도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최근 이준석 전 대표가 영화 ‘한산’의 명대사를 인용했다. 이 전 대표는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추진을 두고 SNS에 “결국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 되어 간다. 저들이 넘지 못하는 분노한 당심의 성을 쌓으려고 한다”고 일갈했다. 즉 당헌과 당규 개정을 매개로 새 비대위를 구성하려는 시도를 ‘불의’라고 규정한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은 서민과 노동자들이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취약계층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과 수군은 오로지 백성과 조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작금의 시대 진정한 의(義)의 길은 민생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가 만연한 오늘의 정치권은 이순신이 지향했던 ‘의’(義)에는 애써 눈을 감는 것 같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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