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의 운명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08월 29일(월) 02:00 가가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 기념물 제280호)는 덮개돌인 상석(上石)의 무게가 350t이고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 시설이 161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석묘로 알려져 있다. 김해시는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기 위해 2020년 12월부터 복원·정비 사업을 진행해왔다. 호사다마라고 유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지석묘 아래에 있는 박석(얇고 넓적한 돌)과 박석 아래에 청동기시대 문화층(文化層)이 있는데도 정비 공사 과정에서 김해시가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해 무단으로 형상을 변경한 것이다. 선사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문화층을 훼손해 복원·정비 사업이 무색해진 셈이다.
한반도에서 고인돌 최대 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전남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무려 2만 기를 웃도는 고인돌이 산재해 있으나 70∼80년대 경지 정리, 대규모 건설 공사로 숱한 고인돌이 사라졌다. 지난 4월 강진군 성전면 수암마을에서는 농지 확·포장 공사로 고인돌 세 기가 파헤쳐졌다. 시공사가 고인돌을 중장비를 동원해 옮기는 등 훼손했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고인돌은 수난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남문화재연구원이 지난 2004년 발굴 조사한 결과 수암마을은 고인돌 20여 기가 산재한 문화재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발굴 주체에 따라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화순군 도암면 운월리 운포마을 고인돌 여섯 기는 지방도 817호선 확장 공사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전남대박물관은 1998년 운포마을 고인돌을 발굴·조사한 뒤 화순군과 협의를 거쳐 인근 도로가에 공간을 조성하고 이전·복원했다. 군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운포 고인돌은 사라졌을 것이고 화순군과 전남대박물관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소중한 유적이 보존되지도 않을 것이다.
광주·전남 자치단체들이 고분과 지석묘 등 문화 유적을 발굴하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화재를 발굴·정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은 문화재 훼손을 막고 원형 그대로 있던 장소에 보존하는 일이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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