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하며-박원빈 광주대 스포츠과학부 4년
2022년 07월 19일(화) 01:30
지난 6월 기말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우리 국토대장정 단원들은 제주로 향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만 하던 우리는 시험도 끝나고 제주도에 바로 와서 그런지 모두 설렘 속에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국토대장정은 제주 동북권 올레길 순례와 한라산 등반, 제주 4·3기념관 및 민속촌 방문, 세계자연유산 방문 등 6박 7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김녕에서 출발해 성산일출봉까지 약 34.6㎞를 도보로 순례를 했다. 장마 기간이어서 비가 올까 걱정을 많이 했으나 비는 오지 않고 날씨는 무더웠다. 걷는 내내 다리는 아프고 발바닥은 물집이 생기면서 온몸이 힘들었지만 제주 해변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또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는 힘든 올레길 순례를 마치고 한라산 등반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호우 특보가 발령되면서 한라산 등반은 취소되었다. 다음 일정으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국토가 이렇게 아름답고 경이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연일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제주는 아름답지만, 아픔의 흔적을 한가득 담고 있다.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우리는 제주 4·3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아름다움 속에 아픈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제주 4·3기념관 곳곳을 돌면서 사건이 왜 발생하였는지, 사건이 장기화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학살 사건이자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아직도 그 희생자를 다 찾지 못해 현재진행 중이다.

이 사건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황당했고 슬펐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 알수록 난 화가 났다.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과 달리 제주 4·3사건을 상세히 모르고 있던 나는 스스로 매우 화가 났다.

그렇게 제주도의 아름다움만 바라보았던 나는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졌다. 위령탑을 지나 봉안실을 들려 희생자분들께 묵념을 하며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맹세했다.

많은 사람이 여름휴가를 위해 제주도를 방문하고 있다. 연일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푸른 바다, 그리고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까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하지만 아픔을 담고 있는 사실은 대부분 모른다.

광주를 방문하면 국립 5·18민주묘지를 관광 코스로 방문하지 않는다. 제주도 4·3기념관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곳곳에 다니면 4·3사건의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문구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문구를 보고 잠시만이라도, 제주 4·3사건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번 국토대장정은 나의 한계를 넘어서고 우정의 싹을 키우는 기회가 됐다. 특히 제주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도 아픈 이야기 속에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내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으로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내 삶을 더욱 찬란하게 설계할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픔의 역사를 꼭 알려주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5·18민주화운동과 4·3사건, 광주와 제주의 평화와 인권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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