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격리에도…남아도는 쌀 ‘헐값 밀어내기’ 우려
2022년 07월 04일(월) 10:00 가가
정부, 10만t 추가 매입 결정
‘역공매’ 고수 땐 쌀값 하락 지속
전남 쌀 재고 전년보다 3.3배↑
수확기 수매가, 전국 8개도 최하
‘역공매’ 고수 땐 쌀값 하락 지속
전남 쌀 재고 전년보다 3.3배↑
수확기 수매가, 전국 8개도 최하
정부가 2021년산 쌀 10만t을 추가 매입해 시장 격리하기로 했지만, 올해 조생종 벼 출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쌀 재고 소진을 위한 ‘헐값 밀어내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벼 이외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종료되면서 벼 재배면적 감소세가 둔화하고 올해도 풍년 농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2021년산 쌀 10만t을 추가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쌀의 초과 생산량은 27만t으로,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2월, 5월)에 걸쳐 이를 전량 매입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세부 매입계획을 마련해 공고하고 다음 달 말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가 8월 말까지 시장 격리 쌀 매입을 마무리하려는 건 올해 추석이 이른 탓(9월10일)에 조생종 벼 출하가 8월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산 벼 재배면적은 72만~72만2000㏊로, 전년(73만3000㏊)보다 1.4~1.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재배면적(15만5435㏊)의 4.3%에 해당하는 6698㏊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올해 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는 있지만, 지난해부터 ‘논 타작물 재배’ 국비 지원이 끝나고 올해 모 생육상황이 평년보다 좋아 쌓일 대로 쌓인 쌀 재고가 완만하게 소진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지난해부터 종료하는 대신 벼 재배면적 1㏊ 감축 때 공공비축미 배정물량(40㎏ 250포)을 더 주는 ‘2022년산 쌀 적정 생산대책’을 세웠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마지막 해인 지난 2020년에는 국비 80%·지방비 20% 비율로 전남 187억원 등 전국 68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정곡) 재고는 13만7000t으로, 지난해 같은 달(4만2000t)의 3.3배(226.2%↑) 수준이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쌀 재고는 같은 기간 기준 5만2000t으로, 전년(2만7000t)보다 92.6%(2만5000t) 증가했다. 비RPC 재고는 무려 466.7%(1만5000t→8만5000t) 늘어났다.
전국 쌀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전남은 재고량도 8개 도(道) 가운데 가장 많다.
전국 농협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 61만3000t으로, 전년(31만4000t)보다 95.2%(29만9000t)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0%’를 넘긴 지역은 전남뿐이다.
이처럼 전남 곳곳 쌀 창고가 가득 찬 상태에서 소비 부진으로 인해 쌀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조곡 포함) 매출액은 31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794억원)에 비해 17.6%(-666억원) 줄었다.
쌀 판매량 역시 14만3000t에서 13만7000t으로, 4.2%(-6000t) 감소했다. 쌀 판매량보다 판매금액 감소 폭이 더 큰 건 쌀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도정된 쌀(정곡) 80㎏ 가격은 18만86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22만3484원)에 비해 19.1%(-4만2624원) 폭락했다.
지난해 쌀농사가 풍년을 맞으면서 수확기 이후인 11월부터 쌀값이 떨어지더니 올해 3월에는 80㎏ 한 가마니 값이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5일 기준 이달 산지 쌀값은 지난 2018년 9월(17만8220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15%나 늘어나면서 6년 만의 풍년을 맞은 전남지역 쌀값 하락 추세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전남지역 수확기 벼 40㎏당 매입가격은 6만3863원으로, 전국 평균(6만7868원)보다 3823원 낮았고 8개 도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전남 수매가는 6만9271원으로, 최근 5년 내 최고를 기록했으며, 경북·경남·충북·충남보다 높았다.
게다가 올해 2월 치러진 ‘2021년산 시장격리곡 경쟁입찰’에서 전남지역 평균 낙찰가는 6만3853원(40㎏ 조곡)으로, 농가가 희망하는 6만8000~6만9000원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정부는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대신 쌀 과잉 생산량을 매입하는 시장격리를 올해 처음 단행했다.
문제는 예정 입찰가(비공개 원칙) 이하로 응찰해야 우선 낙찰받게 되는 ‘최저가격 낙찰제(역공매)’ 방식으로 운영한 탓에 전남지역 배정물량(5만5723t)의 82.0%에 불과한 4만5682t만 낙찰되고 나머지 1만41t은 유찰되고 말았다.
‘농가 물량 우선 매입’을 내세웠음에도 전남 낙찰물량 가운데 농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낙찰률 역시 8.4%에 불과했다.
쌀값 하락 추세가 잡히지 않자 5월 치러진 2차 시장격리 입찰에서도 가격 결정 방식을 역공매로 고수한 탓에 평균 낙찰가는 6만977원으로 더 떨어졌다.
가격을 떨어뜨린 탓에 2차 때는 전남 배정물량 3만3046t의 100%가 낙찰됐다.
농민 측은 추가 시장 격리 결정에 대해 반기면서도 요건 충족 때 시장격리 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시급하며 3차 시장격리에선 반드시 쌀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지난해부터 벼 이외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종료되면서 벼 재배면적 감소세가 둔화하고 올해도 풍년 농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의 초과 생산량은 27만t으로,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2월, 5월)에 걸쳐 이를 전량 매입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세부 매입계획을 마련해 공고하고 다음 달 말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가 8월 말까지 시장 격리 쌀 매입을 마무리하려는 건 올해 추석이 이른 탓(9월10일)에 조생종 벼 출하가 8월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올해 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는 있지만, 지난해부터 ‘논 타작물 재배’ 국비 지원이 끝나고 올해 모 생육상황이 평년보다 좋아 쌓일 대로 쌓인 쌀 재고가 완만하게 소진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지난해부터 종료하는 대신 벼 재배면적 1㏊ 감축 때 공공비축미 배정물량(40㎏ 250포)을 더 주는 ‘2022년산 쌀 적정 생산대책’을 세웠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마지막 해인 지난 2020년에는 국비 80%·지방비 20% 비율로 전남 187억원 등 전국 68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정곡) 재고는 13만7000t으로, 지난해 같은 달(4만2000t)의 3.3배(226.2%↑) 수준이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쌀 재고는 같은 기간 기준 5만2000t으로, 전년(2만7000t)보다 92.6%(2만5000t) 증가했다. 비RPC 재고는 무려 466.7%(1만5000t→8만5000t) 늘어났다.
전국 쌀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전남은 재고량도 8개 도(道) 가운데 가장 많다.
전국 농협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 61만3000t으로, 전년(31만4000t)보다 95.2%(29만9000t)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0%’를 넘긴 지역은 전남뿐이다.
이처럼 전남 곳곳 쌀 창고가 가득 찬 상태에서 소비 부진으로 인해 쌀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조곡 포함) 매출액은 31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794억원)에 비해 17.6%(-666억원) 줄었다.
쌀 판매량 역시 14만3000t에서 13만7000t으로, 4.2%(-6000t) 감소했다. 쌀 판매량보다 판매금액 감소 폭이 더 큰 건 쌀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도정된 쌀(정곡) 80㎏ 가격은 18만86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22만3484원)에 비해 19.1%(-4만2624원) 폭락했다.
지난해 쌀농사가 풍년을 맞으면서 수확기 이후인 11월부터 쌀값이 떨어지더니 올해 3월에는 80㎏ 한 가마니 값이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5일 기준 이달 산지 쌀값은 지난 2018년 9월(17만8220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15%나 늘어나면서 6년 만의 풍년을 맞은 전남지역 쌀값 하락 추세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전남지역 수확기 벼 40㎏당 매입가격은 6만3863원으로, 전국 평균(6만7868원)보다 3823원 낮았고 8개 도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전남 수매가는 6만9271원으로, 최근 5년 내 최고를 기록했으며, 경북·경남·충북·충남보다 높았다.
게다가 올해 2월 치러진 ‘2021년산 시장격리곡 경쟁입찰’에서 전남지역 평균 낙찰가는 6만3853원(40㎏ 조곡)으로, 농가가 희망하는 6만8000~6만9000원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정부는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대신 쌀 과잉 생산량을 매입하는 시장격리를 올해 처음 단행했다.
문제는 예정 입찰가(비공개 원칙) 이하로 응찰해야 우선 낙찰받게 되는 ‘최저가격 낙찰제(역공매)’ 방식으로 운영한 탓에 전남지역 배정물량(5만5723t)의 82.0%에 불과한 4만5682t만 낙찰되고 나머지 1만41t은 유찰되고 말았다.
‘농가 물량 우선 매입’을 내세웠음에도 전남 낙찰물량 가운데 농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낙찰률 역시 8.4%에 불과했다.
쌀값 하락 추세가 잡히지 않자 5월 치러진 2차 시장격리 입찰에서도 가격 결정 방식을 역공매로 고수한 탓에 평균 낙찰가는 6만977원으로 더 떨어졌다.
가격을 떨어뜨린 탓에 2차 때는 전남 배정물량 3만3046t의 100%가 낙찰됐다.
농민 측은 추가 시장 격리 결정에 대해 반기면서도 요건 충족 때 시장격리 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시급하며 3차 시장격리에선 반드시 쌀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