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진정한 대변자로서 소임 다할 터
2022년 04월 20일(수) 00:05
창간 70주년 社說
광주일보가 오늘로 창간 70주년을 맞았습니다. 호남 언론의 선구자인 광주일보는 현대사의 산증인이자 지역 사회의 파수꾼으로서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해 왔습니다.

광주일보는 지난 1952년 4월 20일 6·25전쟁의 황량한 폐허 위에 타블로이드판 두 개면으로 고고성(呱呱聲)을 울렸습니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호남 언론 최초로 지령 2만 호를 넘어섰습니다. ‘불편부당의 정론을 편다. 문화창달의 선봉에 선다. 지역개발의 기수가 된다’는 3대 사시(社是)가 우리를 이끄는 등불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일흔 성상(星霜)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우리 호남이 넘어야 했던 역사의 파고가 그만큼 험난했기 때문입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IMF 외환위기, 촛불 혁명 등 격동의 물결 속에서도 오로지 독자만을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 왔습니다. 숱한 역경에도 호남 대표 언론으로서 위상을 올곧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지역민과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뜻깊은 오늘, 독자와 함께했던 영광의 흔적들을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광주일보는 독재 정권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갖은 핍박에도 정론직필의 기치를 놓지 않았습니다. 창간호부터 이승만 독재를 통렬히 비판하고 3·15 부정선거 규탄과 4·19 혁명 상황을 상세히 전했으며, 언론의 암흑기로 불리는 70년대 유신시대에 언론 자유 실천을 결의하는 등 시대정신과 늘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기자들은 독재 정권의 검열에 저항해 공동 사표를 2만 장의 호외로 뿌렸습니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열흘간 신문 발행이 중단돼 언론 기능이 마비됐지만 6월 2일 ‘무등산은 알고 있다’ ‘광주는 영원하다’는 제하의 기사로 피맺힌 절규를 대변했습니다. 1989년 1월부터 47회에 걸쳐 연재한 ‘5·18…그 후 9년’은 처음으로 5·18의 진상을 심도 있게 규명함으로써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광주일보는 또 철저한 기자 정신으로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사립중고교 교사 채용 비리, 전남도청 전자입찰 비리, 전남도지사 자녀 공무원 특채 및 관용여권 불법 사용, 한빛원전 방사능 유출 은폐 시도 등 숱한 특종 보도를 통해 워치독(watchdog)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아울러 호남 의병의 혼을 재조명한 ‘의병열전’과 ‘백제의 숨결을 찾아서’ ‘천년가람’ ‘신 호남가’ ‘현대사 현장’ 등 역사·문화 기획, 우리 산줄기를 전통 인문지리 관점에서 풀어 낸 ‘백두대간을 찾아서’, 다문화사회를 집중 해부한 ‘온누리안 리포트’ 등 이주여성·외국인 노동자 연작 시리즈, 아시아 각국의 문화 원형을 탐사하는 ‘아시아문화원류를 찾아서’ 등 대형 특집 연재물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낙후와 소외의 대명사였던 호남 발전 방안 마련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해 호남선 복선화·호남고속도로·여수석유화학기지·대불국가산단 착공을 이끌어 냈고, 첨단산단·기아차·광주글로벌모터스 등을 기반으로 광주의 생산도시화를 유도했습니다. 아울러 빛가람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광주일보는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해 왔습니다. 4·19 희생자 유가족 돕기 운동과 광주학생회관 건립 캠페인, 북녘 동포에 경운기 보내기, 상무대 반환, 타슈켄트 광주한글학교 설립, 영산강 살리기, 무등산 사랑 운동, 5·18묘지 민주나무 헌수, 남도학숙 건립 캠페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올해로 67회째를 맞은 호남예술제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하며 지역 문화의 산실 역할을 했습니다. 고품격 문화예술 월간지인 ‘예향’은 남도의 문화와 숨결이 깃든 특화 기사를 발굴,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소통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1965년 시작된 3·1절 전국마라톤대회는 호남 육상의 요람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정확하고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지방 신문 최초의 조석간 발행과 납 활자 및 펜 대신 전산으로 신문을 만드는 컴퓨터조판시스템(CTS) 도입, 인터넷 광주일보 서비스 등 신문 제작 환경 변화를 선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광주일보는 호남 최대 발행 부수를 유지하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에서 국내 종이신문 가운데 열독률이 가장 높은 1구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기도 하지만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절실한 과제는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입니다. 다행히 대유행의 정점을 벗어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모두 해제되고 일상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는 민생 경제의 회복, 양극화·불평등 해소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하고 집값 안정과 연금 개혁, 남북 관계 재정비 등 버거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는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할 것입니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호남 발전이 곧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역설해 온 만큼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는 탕평 인사와 국가 균형 발전으로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창간 70돌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광주일보는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하는 사실 보도와 품격 높은 논평으로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신발 끈을 바짝 조여 멜 것입니다. 아울러 ‘지역 중심’ 기사로 지역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호남과 지역민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을 것입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선봉에서 이끌어 온 광주와 호남이 실용의 지혜를 발휘하여 경제·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것입니다. 공공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불안전·불균형을 혁파하고 공존과 균형을 회복하는 데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디지털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쇄신과 차별화를 통해 호남 대표 언론으로서 명예를 지킬 것입니다.

광주일보는 호남인의 진정한 대변자이자 공기(公器)가 되겠다는 70년 전의 초심(初心)을 되새기고, 오늘의 시대정신을 직시하며, 100년 역사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배전의 충고와 편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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