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를 만든 인물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조선을 걷다
2022년 04월 06일(수) 18:55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홍미숙 지음
역사를 소재로 한 가장 많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조선’이다. 영화, 드라마, 책을 통해 다양하게 다뤄왔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제작될 예정이다. 그만큼 조선이라는 나라는 역동성, 오늘의 역사와의 근접성 등에서 다른 소재와 차별성을 지닌다.

조선을 모티브로 한 가장 많은 콘텐츠는 책으로 묶여진다. 인문, 교양, 여행 등 다채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조선은 상상력과 재미를 선사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을 만큼, 역사와 관련된 공간이나 문화재는 직접 보지 않고는 온전히 시대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 뿐 아니라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탐구와 재구성 또한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를 다른 시각으로 인식하게 한다. 인물을 매개로 한 생가, 은거지, 유배지, 사당 등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 매개체다.

물론 상당부분 조선의 역사가 왕을 중심으로 기술되고 조명됐다. 왕조시대라는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왕보다는 다른 위치에서 조선을 좌지우지하고 이끌어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는 시대다.

‘조선을 걷다’는 조선의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과 공간을 다룬 책이다. ‘걷다’는 표현에는 일일이 답사를 하며 관련된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는 ‘조선이 버린 왕비들’,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의 홍미숙 씨로 책은 현장 답사를 한데 엮은 결과물이다.

“조선을 만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걸을수록 가슴은 더 벅차올랐다. 그동안 조선의 5대 궁궐은 물론, 조선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한 왕과 왕비, 후궁·왕자·공주·세자·세자빈·세존 등이 잠들어 있는 능·원·묘를 심심하면 찾아갔다.”

1장에서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본향과 이순신 이야기가 중심 테마다. 저자는 태조의 시조와 후손을 만난 이야기를 비롯해 개국에 헌신했지만 얼마 후 살해된 삼봉 정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사스러운 터에 지은 궁궐’이라는 뜻을 담은 전주 경기전(慶基殿)에서 태조의 어진을 마주하고 이어 어진박물관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영조를 비롯해 정조, 순조 등의 어진을 만날 수 있다.

이순신이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어린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외가가 있는 충남 아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활쏘기 등 무예 연습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아산을 떠난 때는 그가 무관에 합격한 후다.

전라좌수영의 본영인 여수 진남관은 당시 75칸의 거대한 관아였다. 현재 보수작업 중인 진남관의 해체 전 모습. <광주일보 자료 사진>
저자의 발길은 전라좌수영 겸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여수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이순신은 6년을 머물며 절치부심 국난 극보을 위해 매진했다. 여수시 웅천동에는 장군의 어머니가 내려와 머물렀던 고택도 있다.

이순신대교는 임란 당시 노량해전이 펼쳐진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 사이에 있는 대교다. 왜적과 7년 전투를 이끈 장군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남도 곳곳에 남아 있는 이순신의 흔적과 충혼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2장에는 방촌 황희 이야기 외에도 서로 다른 운명으로 살다간 최고 여성예술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이 등장한다. 그리고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역사의 렌즈로 바라보면 모두 범상치 않은, 우리 역사가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다.

마지막 3장은 폐왕이 됐던 왕들의 사연이 펼쳐진다.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단종과 연산군, 광해군의 유배길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일본 자객들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한 명성황후 민씨의 삶은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의 삶을 통해 나라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고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한다.

<글로세움·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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