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세계 지리-최재희 지음
2022년 04월 01일(금) 21:00
‘공간’과 ‘인간’으로 푸는 이색적인 지리이야기
가수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이라는 노래가 있다.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를 그리는 노래는 신데렐라 성을 환기한다. 사실 신데렐라 성은 디즈니랜드의 랜드마크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신데렐라 성에서 펼쳐지는 레이져 쇼를 관람하며 세계의 여정을 마친다.

아름다운 신데랄라 성은 중세 유럽의 다양한 성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중세 유럽의 성들은 통치는 물론 방어, 거주에 용이하게 만들어졌는데 공통점은 주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높게 올려 지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성의 위치와 지리적 조건은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 에스파냐는 국토를 동서로 과다라마산맥이 가로지른다. 산맥을 기준으로 양쪽 산록대에는 주요 성곽과 저수지가 조성돼 있다. 만사나레스 엘 레알 성, 알카사르 성 등도 인근에 있는데 모두 주변 지역을 살필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다.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도 알프스 산록대에 입지해 있다. 물론 퓌센과 포겐제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산록대에 기댄 성은 방어 면에서 용이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간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공간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공간을 보면 인간을 알 고, 인간을 보면 공간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언급한 대로 성 또한 그러한 지리적 특성과 맞물려 특정한 공간에 들어섰다.

공간과 인간으로 푸는 지리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이야기 한국지리’, ‘스포츠로 만나는 지리’의 저자이자 현직 교사인 최재희 씨가 펴낸 ‘이야기 세계 지리’는 모두 20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땅과 인간의 상호작용 관계를 이해하면 무한한 상상여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은 역사와 문화를 일궈왔다. 책은 ‘자연지리’와 ‘인간지리’라는 두 테마를 기조로 구성돼 있다.

‘시대의 지성’이었던 고(故) 이어령 선생은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생명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을 말하는 것인데, 인류의 삶터인 땅도 예외는 아니다. “땅은 태어나 성장하다가 늙어 죽음에 이른다. 다만, 지질학적 시간이 걸릴 뿐이다”고 설명한다. 마치 얼굴의 주름살에서 대략 나이를 가늠하듯 땅에도 나이가 들어가는 패턴이 있다는 얘기다.

알프스 산록대에 입지해 방어와 주변 조망에 유리한 독일의 노이슈반타인 성. <살림 제공>
세계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이 바이칼호로 수심이 무려 1700m이다. 저자는 땅의 갈라짐 관점에서 설명한다. 내륙 깊숙한 땅이 갈라진 것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 지도를 펼쳐 한반도 함경산맥을 바이칼호의 방향과 대응하면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어진 연속된 산줄기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하나는 산맥, 하나는 호수로 남았는데 이는 땅이 힘의 방향을 따라 주름지는 과정에서 높낮이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미국 북동부 메갈로폴리스는 남북으로 약 970km에 걸쳐 있다. 메가로폴리스(megalopolis)는 그리스어로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와 ‘거대하다’는 뜻의 메갈로의 합성어다. 미국 전체 면적의 50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인구는 5분의 1을 차지한다.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D.C.로 이어져 하나의 도시처럼 역할을 담당한다.

1602년 종교 박해를 피해 보스턴 인근에 도착한 100여 명의 청교도가 시초였다. 대항해 시대 이후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이 점령했던 뉴욕은 미국이 독립해 수도를 삼으면서 성장했다. 오대호와 허드슨강을 잇는 운하가 연결되면서 뉴욕과 인근이 발달했다. 그렇다면 메갈로폴리스가 언제까지 성장하고 중심을 유지할까?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다.

이렇듯 저자는 지리적 범위를 다루면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석회암과 퇴적암, 피오르와 삼각주 등의 자연현상부터 찰스 다윈 진화론의 지리적 배경까지 거론한다. 인간이 땅에 적응하며 저마다 역사를 일궈가는 모습은 한편의 거대한 파노라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살림·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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