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식탁-한솔 지음
2022년 03월 31일(목) 19:20
도시는 편리하고 풍요롭지만, 때로는 우리를 불안하고 허기지게 만든다. 남들만큼 빠르게 살아내느라 꽃이 피는지 낙엽이 지는지 실감할 겨를도 없이 계절을 스쳐 보내고, 스스로를 먹이는 데 쓸 에너지조차 없어 배달음식과 밀키트로 식탁을 채우곤 한다. 몸과 마음이 헛헛해지는 이런 도시 생활에 지쳐, 작은 시골 마을에 둥지를 튼 전직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귀농인 한솔은 손수 가꾼 ‘하나밖에 없는 우주’에서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식탁을 차린다.

그는 최근 펴낸 ‘보통날의 식탁’에서 자연 속에서 제철 재료를 만나고 요리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전원의 풍경과 함께 음식의 향연을 전한다. 도시 생활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가 찾아간 곳은 충북의 작은 시골 마을 오생리다. 옹기종기 채소를 심어놓은 텃밭, 갖가지 꽃이 피어나는 산책 코스는 싱그러움을 자아낸다.

“내게 있어 쑥은 계절을 가늠하는 척도다. 쑥이 얼마나 자랐는지를 보면 봄의 농도가 파악된다. 이른 봄 손톱만 한 올리브색의 어린 새싹을 지나, 한봄에는 솜털이 옅어지고 짙은 녹색이 된다. 쑥이 질기고 거칠어져 먹기 곤란한 수준이 되면, 이제 계절은 여름 근처에 닿는다.” 책 속에는 사계절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봄의 ‘냉이 장아찌’로 시작해서 여름의 ‘다슬기 장조림’, 가을의 ‘콩 커리’, 겨울의 ‘시래기 오일 파스타’까지 계절마다 펼쳐지는 제철 재료와 음식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에는 오생리 못지않게 경남 합천에 있는 외갓집도 자주 등장한다. 고사리가 나고 밤이 열리는 산, 언제나 넉넉하게 품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다 같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장면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티라미수 더북·1만7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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