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가 만든 세계 - 조규희 지음
2022년 03월 26일(토) 23:00 가가
산수화의 사전적 정의는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그림’이다. 서양화에서는 풍경화가 역사화나 초상화, 종교화의 배경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산수화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또한 산수화는 아무나 그리는 그림이 아니었다. “산수화로 명성을 얻는 자는 대개 사대부”라는 기록처럼 산수화는 그 규모가 방대해서 주로 지식인들이 그렸다. 동아시아 역사 속 산수화는 인물화, 동물화 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장르의 그림이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강의하는 조규희 박사의 책 ‘산수화가 만든 세계’는 산수화를 통해 들여다본 동아시아 사회와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책은 산수화의 효과에 주목해 동아시아의 회화 중 자연을 대상으로 한 가장 ‘순수해’ 보이는 산수화가 실제로는 ‘사심으로’ 빚어진 예술 장르일 수 있음을 탐구한다.
조선 후기 정약용은 붉은 매화를 보면서 ‘절속’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꼿꼿하게 눈서리 견디어내고 담담하게 티끌 먼지 벗어난” 홍매의 향기에는 진정 속기가 없다고 했다. 정약용이 투영한 이미지는 ‘세한삼우’였다. 송나라 때 ‘세한삼우도’가 등장하면서 매화 이미지가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대개 이때의 매화는 백매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약용은 시를 지을 때까지 홍매를 보지 못했다고 본다. 세한삼우도 속 매화 이미지가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저자는 그림이 세상에 관여함으로써 세계가 다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서해문집·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또한 산수화는 아무나 그리는 그림이 아니었다. “산수화로 명성을 얻는 자는 대개 사대부”라는 기록처럼 산수화는 그 규모가 방대해서 주로 지식인들이 그렸다. 동아시아 역사 속 산수화는 인물화, 동물화 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장르의 그림이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