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차이나 4.0] 격차 사회와 공동 부유
2022년 03월 22일(화) 01:00 가가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경색되기 전이니 적어도 칠팔 년 이전의 일인 듯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어서 매장 구경을 다니던 중 어떤 명품 매장에서 중국어가 귀에 들어왔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부부가 다투고 있었다. 살짝 귀를 기울여 보니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부인은 최근에 출시된 가방을 사려는데 남편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니 다른 것을 고르라며 반대하고, 남편은 붉은색 구두를 사려는데 부인이 절대 안된다면서 말다툼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툼이 길어지자 남편이 결단을 내렸다. “좋아! 다 산다.” 씩씩대며 계산대로 다가간 남편은 가방 두 개와 구두 두 켤레를 사겠다고 눈이 둥그레진 통역에게 말한 후, 남자 중국인들이 흔히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자그마한 돈 가방에서 한국 돈 오만 원권 두 다발을 꺼내 호기롭게 내려놓았다. 이를 지켜보던 나는 탑승 시간이 다 되었다고 부랴부랴 아내의 등을 떠밀며 매장에서 도망쳤다.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지 40여 년 동안 중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국가도 부자가 되어 2010년 G2 국가로 올라섰고, 중국인들 중에 세계적인 부자도 많이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포브스 잡지 3월호의 세계 부자 100명 순위에 홍콩의 두 명을 제외하고 중국인은 19명이었고, 한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 명 뿐이었다. 일인당 소득도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1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고 못사는 마을은 못살고 있다. 빈부 격차, 소득 격차, 도농 격차, 지역 격차, 주택 격차,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격차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양극화는 모든 분야에서 확대 심화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같은 대도시와 서북부 지역의 농촌은 비교 불가능한 정도의 격차가 존재한다. 첸탕강이 내려다보이는 항저우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남을 상회하나 서북부 시골에는 여전히 초막 생활을 하는 인민이 있다.
올 1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의 ‘중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과 재분배 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국가통계국 발표 기준으로 2018년 0.468에서 2019년 0.465, 2020년 0.468로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소득 5분위 배율도 2020년에 6.2배로 나타나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상위 1% 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나 하위 50% 계층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소득 격차가 이렇게 크지만 정부 재정의 재분배 기능은 미흡한 상황이다. 재정 지출 중 보건·복지 지출 비중이 35%로 미국 45%, 독일 60%, 일본 62%에 비해 낮다. 저소득층의 소득 중 정부가 지원한 이전소득 비중이 2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났으나 상대적 빈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격차의 폭은 역사적으로 볼 경우 봉건 왕조 말기나 공산당 집권 직전 시기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불평등 심화로 인한 민심 이반이 우려할 수준에 처한 것을 인식한 공산당 지도부가 다 함께 잘살자는 ‘공동 부유’ 사회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체제의 정당성과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는 핑계만으로는 회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동 부유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부자를 억압하여 빈민을 구제하는 살부제민이나 사회적 재부를 평균적으로 분배하자는 평균주의가 아니라, 먼저 부자가 된 개인이나 부문이 선도하면서 협조와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 공동 부유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동시에 동등한 수준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잘 나누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일차 분배, 이차 분배, 삼차 분배 협조 시스템을 구축하여 세수 확대, 사회 보장의 실질화를 통한 중산층의 확대로 럭비공 같은 분배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주장인 삼차 분배는 강제적 방식이 아닌 인센티브 방식의 세수 조정을 통한 자발적(?) 방식으로 성금이나 기부를 통해 분배 구조를 보충하는 작용을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잘살자는 것은 인류 공통의 오랜 염원이자 이상이다. 중국이 위대한 실험을 통해 초보적 수준이나마 성취할 것인지 아니면 혹세무민의 도그마로 그저 위태한 실험에 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다.
올 1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의 ‘중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과 재분배 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국가통계국 발표 기준으로 2018년 0.468에서 2019년 0.465, 2020년 0.468로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소득 5분위 배율도 2020년에 6.2배로 나타나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상위 1% 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나 하위 50% 계층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소득 격차가 이렇게 크지만 정부 재정의 재분배 기능은 미흡한 상황이다. 재정 지출 중 보건·복지 지출 비중이 35%로 미국 45%, 독일 60%, 일본 62%에 비해 낮다. 저소득층의 소득 중 정부가 지원한 이전소득 비중이 2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났으나 상대적 빈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격차의 폭은 역사적으로 볼 경우 봉건 왕조 말기나 공산당 집권 직전 시기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불평등 심화로 인한 민심 이반이 우려할 수준에 처한 것을 인식한 공산당 지도부가 다 함께 잘살자는 ‘공동 부유’ 사회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체제의 정당성과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는 핑계만으로는 회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동 부유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부자를 억압하여 빈민을 구제하는 살부제민이나 사회적 재부를 평균적으로 분배하자는 평균주의가 아니라, 먼저 부자가 된 개인이나 부문이 선도하면서 협조와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 공동 부유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동시에 동등한 수준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잘 나누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일차 분배, 이차 분배, 삼차 분배 협조 시스템을 구축하여 세수 확대, 사회 보장의 실질화를 통한 중산층의 확대로 럭비공 같은 분배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주장인 삼차 분배는 강제적 방식이 아닌 인센티브 방식의 세수 조정을 통한 자발적(?) 방식으로 성금이나 기부를 통해 분배 구조를 보충하는 작용을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잘살자는 것은 인류 공통의 오랜 염원이자 이상이다. 중국이 위대한 실험을 통해 초보적 수준이나마 성취할 것인지 아니면 혹세무민의 도그마로 그저 위태한 실험에 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