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운동도 이젠 ‘힙(hip)하게’ - 조서희 광주대 문예창작과 2학년
2022년 02월 14일(월) 23:10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큰 이슈는 ‘환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사이클’(recycle),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비건’(vegan) 등 환경을 위한 다양한 문화는 그들에게 환경 운동이자 동시에 나를 더 ‘힙하게’ 만들어 주는 최신 유행이다.(영어 단어 hip에 ~하다를 붙인 ‘힙하다’는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를 들어 왔다. 많은 탄소 배출로 오존층이 뚫려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녹아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추워져 인간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연쇄적인 내용은 교과서에 수도 없이 거론된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기후 변화를 교과서 속 얘기가 아닌 자신에게 닥친 위기로 받아들인다. SBS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인 ‘문명특급’에서는 전 멤버가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STAYC)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의 환경 운동을 소개했다. 고등학생인 한 멤버는 비건 빵집 소개와 함께 평소 소지하고 다니는 대나무 칫솔과 텀블러를 보여 주며, 교실 대부분 학생이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과 같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환경 운동이란 특정 소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일상’이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에게 환경 운동이 일상이 된 이유는 1020세대인 그들에게 따라하고 싶은 하나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환경 보호는 ‘힙스터’(hipster: 힙한 사람)가 되기 위한 아이템이다. 구제 옷 쇼핑은 요즘 유행하는 90년대 패션 스타일을 따라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며, 비건 레스토랑은 멋진 인테리어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SNS 채널에 올리기 좋은 ‘포토 스팟’(photo spot)으로 인식하게 한다.

또한 그들은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한정판 텀블러를 갖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곤 한다. 그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인증샷을 찍는다.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이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가고 멋져 보이기 위한 가벼운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보호는 왜 멋지면 안되는가. 환경 보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된다. 몇 톤의 석유와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는 새 옷이 아닌 중고 옷을 입을 때, 대량의 탄소 배출을 하는 축산업 대신 채식으로 이루어진 비건 음식을 먹을 때, 환경은 보호된다. 기왕이면 중고 옷을 입을 때 빈티지한 90년대 스타일을 입고, 비건 음식을 먹을 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는다고 그 행동이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 운동은 신성한 일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걸 가장 빨리 알아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었을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 자신’이다. 그들에게 왜 환경 보호를 하느냐고 물어보면 기성세대처럼 ‘자식 세대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닌 ‘늙은 자신이 살아갈 미래’ 때문이라고 한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그들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환경 운동을 하게 만드는 큰 원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자신 외의 것에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것도 그들이다. 그들은 기아를 불쌍히 여기고,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들을 불쌍히 여긴다. ‘멋짐’과 ‘환경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처럼 ‘자신’과 ‘타인’ 둘 다 챙기는 것도 그들이다.

우리도 이제 밀레니얼 세대처럼 ‘힙한’ 환경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귀찮더라도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주방 세제를 다 썼다면 친환경 주방 비누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끔은 비건 레스토랑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대형 백화점 대신 구제 옷을 파는 창고형 쇼핑몰을 가는 것도 환경 운동이자 동시에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될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힙할수록’ 더더욱 좋다. 환경 운동, 이젠 ‘힙하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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