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여수산단 ‘죽음의 외주화’ 차단해야
2022년 02월 14일(월) 00:05
여수국가산단 내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장에서 며칠 전 폭발 사고가 발생해 네 명이 숨지고 네 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폭발로 세 명이 숨진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중대 재해가 터진 것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였다.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일어난 이날 폭발 사고는 공장 내 열교환기 정비를 마친 뒤 압력을 높이는 기밀테스트 도중 발생했다. 1t 무게의 열교환기가 튕겨 나가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숨진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하청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여수산단 내 이일산업에서 폭발 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해 석유화학물질 저장고에 유증기 회수 장치를 설치하던 노동자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역시 하청업체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맡기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를 잇단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석유화학 공장의 설비와 정비는 주로 하청업체인 전문 건설업체가 맡는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반장을 통해 모집한 일용직이다. 이들은 공사 기간에 따라 하청업체와 계약을 한 뒤 현장에 투입되며, 현장 안전 관리 역시 하청업체가 맡게 된다. 이처럼 원청인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에 정비를 맡기는 것은 임금 등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하청업체 역시 비용 절감에만 급급, 안전 수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외부 하청에 맡기는 것부터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화약고’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여수산단의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노후 설비 개선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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