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하 사실 누락…감리마저 부실투성이였다
2022년 01월 20일(목) 00:05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직전 제출된 감리 보고서에는 그보다 한 달 전 발생한 바닥 침하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공 및 안전 관리 전반이 양호하다고 평가돼 감리마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현장 작업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201동 붕괴 사고가 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203동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도중 바닥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하고 재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광주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화정아이파크 1·2블럭 신축공사 2021년 4분기 감리보고서’에는 붕괴·도괴·낙하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기록돼 있었다.

또한 감리 기관은 종합 분석 의견에 “보통 이상의 평가 기준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공정·시공·품질·안전 관리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조 공사의 경우 공정표상 12월 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한 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올해 초 영하권의 날씨에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이 같은 공정 차질에도 보고서에는 지난해 말 기준 계획 공정이 60.3%였지만 62.6%의 실적으로 103.8%를 달성했다고 기록됐다.

건축 공사에서 감리는 시공사가 설계도대로 공사를 진행하는지,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공사 진행 상황을 빠짐없이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도 침하 사실이 누락되거나 공정이 실제와 다르게 기록된 것은 감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시공 전반이 양호하다는 보고서를 서구청에 제출한 바로 다음 날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을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경찰은 현장에 상주했던 감리원 등을 대상으로 감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됐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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