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책 읽는 해로-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2022년 01월 03일(월) 01:00
새해가 밝았다. 머지않아 따뜻한 봄날도 올 것이다. 이제 무언가의 희망을 지녀야 할 때이다. 우선 제일 급한 일은 온 인류의 대재앙인 코로나19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2년이 넘도록 전염병에 무서워하는 마음을 안고 사느라 우리 모두는 너무나 지쳤다.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 모두 예방수칙을 잘 지켜 준다면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되고 말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지만 서로서로 마음을 합해 전염병 예방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하자.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삶은 정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학교수업도 비대면 수업이 많아졌고 공공 도서관조차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에서 많이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출판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책은 팔리지 않아 서점가도 울상이다. 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나는 새해를 맞아 올해는 책 읽고 공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련다.

1803년 정월 초하룻날,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소싯적에 새해를 맞을 때마다 꼭 일 년 동안 책 읽을 과정을 미리 계획해 보았다. 예를 들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 적어야겠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 놓고 꼭 그렇게 실천하곤 했다.” 새해가 되면 그 해의 독서 계획을 미리 세워 두고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계획대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노라고 아들들에게 말해 준 것이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다산이 아들들에게 보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창비)라는 책을 읽어 보면 아들들이 실천해 주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다산이 강조한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효제(孝弟), 즉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사이에 우애하라는 것이며 둘째는 독서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기본이 효도와 우애이고, 사람의 구실을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독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십 통의 편지에 빠지지 않고 거듭거듭 강조한 내용이 효제와 독서이니, 그 두 가지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기에 어렵지 않다.

얼마나 독서가 중요한 일인가를 강조한 다산의 가르침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람은 독서를 할 수 있기에 사람이지만, 짐승은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짐승으로 살아간다. 만약 사람이 독서를 하지 않으면 짐승과 같게 되어 버린다. 아니, 너희들 짐승으로 살아가려고 책을 열심히 읽지 않는단 말이냐.” 이렇게 꾸짖기도 했는데 인간이 책을 읽지 않으면 짐승과 같아진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다산보다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율곡 이이(李珥)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남겼다. “성현들의 마음 씀의 자취와 함께 착하고 악함을 구별하여 착한 일은 권장하고 악한 일은 질책하는 내용이 책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聖賢用心之跡 及善惡之可效可戒者 皆在於書故也) ‘격몽요결’(擊蒙要訣) 독서장( 讀書章)에 보인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자, 맹자, 예수, 석가의 정신과 사상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했다. 착하고 악한 일이 무엇인가를 구별하여 착한 일만 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다산은 또 말한다. “폐족(廢族)이 책을 읽지 않고서야 폐족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불행에 빠질수록 책을 읽어 불행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였다.

여러 통계를 보면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독서율이 낮은 나라라는 기록이 있다.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 겉과 속이 명실공히 선진국이고 일류국가이려면, 이제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에 더 매진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 책을 읽지 않는 사람, 그런 나라와 그런 인간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새해의 밝은 햇빛처럼 밝고 환한 나라가 되고, 짐승과 다른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방법밖에 없다. 우선 나부터도 올해는 더 많이 책을 읽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성현들의 마음씨를 알 수 있는 고전부터 읽어야 하지만, 좋은 신간이라도 많이 많이 읽는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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