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대전환과 통합’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2022년 01월 03일(월) 00:00
끝을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도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광주일보가 창사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며,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동물이었다. 그 영험하고 강인한 기운이 온 누리에 널리 뻗쳤으면 한다. 그리하여 코로나가 하루빨리 극복되고 일상 회복이 앞당겨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돌아보면, 지난해는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저문 한 해였다. 올해로 어느덧 3년째다. 장기화되는 감염병에 새해맞이 행사조차 언감생심이다. 이제나저제나 종식의 순간만을 고대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물론 국민의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을 꾀하는 순간이 잠시 있긴 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 감염 확산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한 달여 만에 다시 고강도 거리 두기로 선회하고 말았다. 반등 조짐을 보이던 경제 지표는 다시 주춤거리고, 매출 감소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비명 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시름 또한 더욱 깊어만 간다. 정부는 보유세·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강화하고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놓았지만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광주 역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난도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집값 폭등과 낮은 취업률로 인해 극심한 박탈감에 시달려 온 2030세대는 사회 전반에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를 던졌다. 젊은 층의 분노와 의식 변화는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것이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헌정 사상 첫 30대 당수로 선출된 것은 그 여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인재(人災)로 드러난 대형 사고도 있었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무고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것이다. 불법 하도급 및 부실한 건물 해체·감리 등 건설 공사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와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였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를 생각하면 그 어두운 잔상이 아직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우두망찰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올해는 지난 2002년에 이어 20년 만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가 연속해서 치러지니 사실상 상반기 내내 나라 전체가 선거 바람에 휩싸이게 된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시도교육감 등 국가와 지역의 새로운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들 양대 선거에 국가와 지역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그만큼 엄중하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길고 암울한 터널을 조기에 벗어나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다. 최근 거리 두기 강화에도 위중증 환자가 1000명, 하루 사망자는 100명,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를 넘어서면서 의료 체계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의료 역량이 확진자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자원을 총동원해 의료 체계를 보강함으로써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고, 광주시의 공공의료원 설립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자산·주거·일자리의 양극화로 커진 불평등의 완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심화된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의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기후 위기는 탄소 제로 사회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한편으로 비대면 문화 확산은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에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기로에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정부를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균형과 회복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층의 특혜를 혁파해 공정과 공존을 회복하고, 경제 회복을 통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협치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이뤄낼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금까지 선거 판도만 봐도 어지럽기만 하다.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운동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여기에 이들 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속출하고, 막말과 실언, 비방전이 계속되면서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차선(次善)은 고사하고 차악(次惡) 후보도 찾기 힘든 콩가루 대선’이라는 자조와 한탄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권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많지만 대의민주주의는 결국 투표를 통해 완성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 때 정치는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남은 기간 깨어 있는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며 비교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심장인 호남을 대변하는 개혁 정부의 창출을 위해서도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선에 이어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우리는 광주·전남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역량과 비전을 갖춘 지역 일꾼들을 선출해야 한다.

지난해 광주시는 전국 최초 노사상생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첫 차인 캐스퍼를 출시,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가 인공지능(AI) 집적단지’가 착공돼 광주가 AI 중심도시로서 도약을 시작했고,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9개월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전남도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착공에 이어 국립 심뇌혈관센터의 장성 설립을 확정지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거둔 ‘절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구축과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 군(軍) 공항 이전과 시도 통합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민선 8기로 공을 넘겼다. 광주·전남이 공동으로 조성한 혁신도시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됐다. 이런 점에서 초광역 협력과 상생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아울러 군 공항 이전 등의 숙원 사업을 여야의 대선 공약에 반영시켜 정부 주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코로나를 이겨 내고 이후 다가올 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연대와 참여다. 80년 5월 그날처럼 너나없이 나눔과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고, 방역과 선거에 적극 동참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시대의 변화를 꿰뚫어 보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뚜벅뚜벅 전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올해로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이하는 광주일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의 기수로서 코로나 이후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아울러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논평을 통해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양대 선거가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호남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을 받들어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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