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 막지는 못할망정 부추겨서야
2021년 12월 21일(화) 00:00
전남도는 도내에서 생산된 쌀의 판매 촉진을 위해 특정 대형 유통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을 위한 이러한 판촉 행사가 도매상들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초래해 쌀값 하락을 되레 부채질하는 데다 업체들의 배만 불려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현재 롯데상사·GS리테일·와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세 곳과 함께 전남 쌀 온·오프라인 판촉 지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억 원의 예산으로 업체들이 10~20㎏짜리 지역 농협 쌀 한 포대를 팔면 전남도가 3000~50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12월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지원 사업 물량은 20만 포(20㎏ 기준)에 이른다.

전남도는 이를 통해 전남 쌀 홍보 및 판매 촉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양곡 유통 현장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다. 일반적으로 도매업자가 남기는 이익은 포대당 500~1000원 수준인데, 수십만 포의 쌀이 할인된 가격에 시장이 풀리면서 도매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전남도가 혈세로 사실상 가격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더욱이 지원금 덕분에 매입가 그대로 판매해도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공모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업체들을 선정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원 사업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만여 포가 광주·전남에 매장이 집중된 와이마트에 배정된 것 역시 전남 쌀 소비를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수확기 이후 쌀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남 농민들은 더 이상의 하락을 막기 위해 과잉 생산된 쌀 31만t의 시장 격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데도 전남도의 판촉 지원 정책이 오히려 전남 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고급 쌀 이미지마저 훼손한다면 도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남도는 농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촉 정책을 당장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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