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지 사건브로커인지’ 악습 타파해야
2021년 12월 13일(월) 01:00
동료나 지인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유출하고 자신이 수사했던 피고인에게 변호사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경찰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위법 행위와 구태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엊그제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는 광주경찰청 소속 A경위와 전직 경찰 B씨가 피고인석에 섰다. 2008년 퇴직한 B씨는 “민사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엮으면 쉽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후배인 A경위에게 청탁해 수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경비 명목으로 1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위는 B씨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사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밀을 흘려주고, 자신이 수사했던 피고인에게 변호사를 알선하는가 하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시기를 수사 대상자에게 미리 알려 주었다는 게 검찰의 수사 내용이다. 전 변호사 사무장 C씨도 평소 친분이 있던 A경위에게 수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직 경찰관에 대한 이 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경찰인지 사건 브로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청탁 수사나 수사 정보 유출, 사건 알선 등이 공개 재판에 올라왔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 안팎에서는 자신이 맡은 사건 피의자 등에게 아는 변호사를 소개하고 20%의 수수료를 받는 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사 정보 유출 등의 비위는 비록 일부의 일탈이라 해도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행위다. 나아가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확대된 경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를 키우게 한다. 따라서 경찰은 구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전면적 수사 개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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