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 선거용 아닌가
2021년 12월 09일(목) 01:00 가가
광주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시민참여 예산’은 줄줄이 삭감하는 대신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대폭 끼워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시의회 상임위는 최근 내년도 광주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시민참여 예산으로 편성한 102억 원(79건) 중 59%에 달하는 60억 원(41건)을 삭감했다. 반영률을 기준으로 하면 41%에 그쳐 지난해 76%(89억 원 중 68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각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은 보행환경개선 사업비 20억 원을 비롯해 황룡강 자전거도로 안전시설 보강 5억 원, 조대 공대 주변 안전한 보행환경 정비 5000만 원, 북문교차로 광주다운 갤러리 조성 2억 원 등이다. 특히 산업건설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교통건설국 시민 참여 예산 49억 원(30건)을 전액 삭감하는 대신, 자신들의 지역구 민원성 도로 개설·정비 사업비를 무더기로 끼워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증액된 예산은 임동 천변우로 보도 정비(2억 5000만 원), 신안동 스타벅스 주변 보도 정비(1억 원) 등 23건에 이른다.
시민참여 예산은 지자체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것으로, 공무원의 예산 편성 독점권을 막고 재정 운영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매년 시민들의 사업 제안을 받아 사업부서의 타당성 검토, 관련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반영된다.
이처럼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사업들을 시의회가 무더기로 삭감한 것은 정책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행위다. 게다가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사업 예산을 끼워 넣은 것은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시의회는 예산결산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논의를 통해 꼭 필요한 시민참여 예산은 반드시 되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