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우리의 과제-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1년 11월 30일(화) 23:40
올가을에는 전 세계를 열광시킨 우리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큰 화젯거리였다. 이 드라마는 불평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경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위축된 여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세계 1위를 기록한 첫 대한민국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드라마는 영웅 중심의 생존 게임이 아닌 사회적 루저(실패자) 456명이 456억 원의 상금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총 상금 456억 원은 참여하는 456명의 목숨 값인데, 게임 진행 중 한 사람이 탈락할 때마다 1억 원씩 상금이 올라가며 결국 최후 한 사람이 그 돈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 최후의 승자는 상금을 자기가 쓰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행복해 하지도 않는다.

이 작품 성공의 중요한 의미는 우리나라 작가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고 국내 배우를 등장인물로 내세워 세계를 열풍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단순한 게임을 소재로 삼아 세계적인 공감을 크게 얻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진실한 팩트임을 입증했다.

우리는 기생충, 미나리 등으로 이미 세계를 감동시킨데 이어 올해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찬사를 받아 우리 문화 콘텐츠가 최고 수준임을 공인받았다. 외신들은 “한국 특유의 감정과 감수성이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또 “세계적으로 심해지는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 격차에 의한 상실과 절망감에 대한 돌파구를 실감나게 풀어내어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시켰다”는 등의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넷플릭스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둔 주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펼쳐지는 장면마다 사투를 벌이는 액션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흥미를 더했고, 이어지는 반전, 그리고 탈락자가 생길 때마다 상금이 올라가는 점도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둘째,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전개되는 게임 방식과 파괴적 상상력, 색다른 촬영 세트, 게임 진행자 및 참가자들의 의복을 초록과 보라로 대비시킨 점이 시선을 끌어들였다. 셋째, 생사의 상황에서 캐릭터가 분명한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협동·배제·배신하는 등 인간 심리의 다면성을 잘 묘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중적 오락성과 사회적 가치를 갖춘 것이다. 즉 현실적으로 우리의 암울한 경제 상황에서 사회 계층적 좌절감을 제대로 반영했고, 특히 작품의 주된 메시지가 몸부림치는 한국의 청년 세대 등 어려운 계층의 삶에 주목하여 시대정신을 잘 포착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인터넷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K-pop, K-방역, K-푸드에 이어 K-콘텐츠가 세계적 호평을 받은 것도 그 덕분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K-콘텐츠’를 ‘세계 브랜드’로 성장시킬 모멘템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11월 19일에 공개된 ‘지옥’은 단 하루 만에 넷플릭스 월드와이드 부문 1위에 올라 독주하고 있다. 이처럼 K-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는가 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도 세계 10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으로 급성장했던 우리가 이젠 플랫폼과 콘텐츠로 양 날개를 달고 ‘소프트 파워’ 강자의 자리에서 ‘K브랜드’로 세계를 사로잡는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시대에는 출발이 늦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협력하여 투자와 지원을 늘림으로써 ‘K브랜드’가 세계 콘텐츠 시장의 뉴 노멀을 제시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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