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의미-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1년 11월 29일(월) 05:00 가가
절기상 소설(小雪)이 지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음력으로 10월 20일 무렵인 소설은 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는 첫겨울의 징후가 보이는 날이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1786-1855)가 지은 ‘농가월령가’를 보면 이 무렵에 보리나 밀을 심고 김장을 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김장이 중요한 연례행사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장문화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김장에 관한 기록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를 장에 담그거나 소금에 절인다.’는 이규보(1168∼1241)의 시뿐만 아니라 ‘가꾼 채소를 거두어 김장을 담아 겨울을 준비한다’는 서정적 내용을 담은 권근(1352∼1409)의 시가 있다. 이를 통해 당시 겨우내 보관하여 먹어 온 김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농가월령가’ 중 음력 10월령은 가을 추수로 풍요함 속에 피어나는 이웃간의 온정을 노래하고 있다. 아울러 입동과 소설의 절기에 무와 배추로 김장을 하는 내용이 세세하게 담겨 있기도 하다.
김장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 오늘날 ‘김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배추김치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빨간 고춧가루가 한국에 유입된 조선 후기부터다. 대대손손 구전과 손맛으로 전해진 김치는 우리가 부르는 이름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품이 되었다.
세시풍속 김장문화에는 개개인을 넘어 사회공동체가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시대의 모습이 담긴 추억도 많다. 1969년 우체국 사보였던 ‘체신문화’ 12월호의 연재 만화에는 김장 보너스를 걱정하는 가장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후 90년대까지도 때마다 등장하는 아버지의 김장 보너스며, 80년대 획기적인 김치냉장고의 출현 그리고 2000년 이후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어 온 김치 관련 축제 등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김장은 한국인의 삶 속에 중요한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명맥을 지켜 온 김장문화가 전과 같지 않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도시화와 세계화에 따른 주거공간, 가족 구성원 그리고 새로운 식습관 등 전반적인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김치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소비의 양이 줄어 감에 따라 김장은 이미 애쓰고 지켜야 할 문화가 되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우려 속에서도 김장은 해년마다 이어졌고 가족과 이웃간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김장의 역할만큼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지켜 온 김장은 우리 공동체에서 여전히 으뜸가는 행사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종묘제례 및 제례악, 줄다리기, 아리랑 등에 이어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 ‘김장, 만들고 나누는 김치’(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는 영문명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지키며 해 온 겨울 김치 만들기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고유문화인 동시에 세계 인류를 위해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생활문화인 것이다.
올해 소설과 같은 날이었던 11월22일은 마침 ‘김치의 날’이었다. 작년부너 이어지는 코로나19 속에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나와 모두가 만나는 잔칫날처럼 즐길 수 없음이 크게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배추를 한가득 싣고 달리는 트럭을 보거나 소금에 절인 배추 더미를 볼 때면 갓 버무린 생김치와 돼지 수육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가족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된다. 가족·이웃 그리고 더 나아가 김장이 어려운 누군가의 겨울을 위해 이 귀찮고 손 가는 일에 정성을 담아 주는 일은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다.
김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공동체 안에서 따뜻한 ‘나눔’의 정신일 것이다. 김장이 자연과 사회에서 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왔듯이 이제는 지역과 세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하고 계승·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 자주 오르는 2021년의 다양한 김장의 모습을 볼 때면 더없이 반갑다. 보는 즉시 따라 하고 싶은 미덕의 풍요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명맥을 지켜 온 김장문화가 전과 같지 않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도시화와 세계화에 따른 주거공간, 가족 구성원 그리고 새로운 식습관 등 전반적인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김치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소비의 양이 줄어 감에 따라 김장은 이미 애쓰고 지켜야 할 문화가 되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우려 속에서도 김장은 해년마다 이어졌고 가족과 이웃간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김장의 역할만큼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지켜 온 김장은 우리 공동체에서 여전히 으뜸가는 행사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종묘제례 및 제례악, 줄다리기, 아리랑 등에 이어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 ‘김장, 만들고 나누는 김치’(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는 영문명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지키며 해 온 겨울 김치 만들기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고유문화인 동시에 세계 인류를 위해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생활문화인 것이다.
올해 소설과 같은 날이었던 11월22일은 마침 ‘김치의 날’이었다. 작년부너 이어지는 코로나19 속에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나와 모두가 만나는 잔칫날처럼 즐길 수 없음이 크게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배추를 한가득 싣고 달리는 트럭을 보거나 소금에 절인 배추 더미를 볼 때면 갓 버무린 생김치와 돼지 수육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가족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된다. 가족·이웃 그리고 더 나아가 김장이 어려운 누군가의 겨울을 위해 이 귀찮고 손 가는 일에 정성을 담아 주는 일은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다.
김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공동체 안에서 따뜻한 ‘나눔’의 정신일 것이다. 김장이 자연과 사회에서 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왔듯이 이제는 지역과 세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하고 계승·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 자주 오르는 2021년의 다양한 김장의 모습을 볼 때면 더없이 반갑다. 보는 즉시 따라 하고 싶은 미덕의 풍요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