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는 두루뭉술한 사과로 넘어가려 하고
2021년 11월 29일(월) 01:00
고(故) 전두환 씨의 부인 이순자 씨가 남편의 대통령 재임 중 과오에 대해 처음으로 대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대상에서 5·18은 제외된 데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아 국민의 반감에 떠밀려 나온 면피성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 씨는 그제 “가족을 대신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5일장을 치르는 동안 쏟아지는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시신 화장 직전에야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나마 이 씨는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고 그 범위를 ‘재임 중’이라고 못 박았다. 전 씨가 1980년 9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발생한 5·18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전 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이 씨가) 5·18 관련해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며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5·18 관련 단체들은 국민적 반감 탓에 시신을 누일 땅 한 평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나온 진실성 없는 사과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전 씨 사망 이후 5월 단체들은 본인이 반성과 사죄 없이 떠난 만큼 가족들이라도 이를 대신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한데 이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척하면서 5·18을 제외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 씨가 사망한 날 5·18 유공자인 이광영 씨는 총탄 부상 후유증으로 41년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처럼 지금도 5·18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서라도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등 진상 규명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순자 씨의 속 보이는 뻔한 거짓 사과에 속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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